[공포의 초등4학년 따라잡기] 우리아이 울고넘는 '4학년 공부고개'

  • 입력 2005년 1월 17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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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동영 기자
그래픽=강동영 기자
서울대사범대부설초등학교 3학년인 최인희 양(10)은 이번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수학 과외를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어머니 정명복 씨(36)와 함께 서울의 주요 박물관들은 거의 ‘섭렵’했고 인천 강화군의 유적지 등 장거리 견학도 몇 차례 했다.

정 씨가 딸에게 정성을 더 쏟게 된 이유는 “4학년부터는 교육과정이 갑자기 어려워지니까 단단히 준비하라”는 ‘선배 학부모’들의 충고를 귀가 따갑게 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이영주 씨(37·여)도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과목별로 거의 만점을 받았는데 4학년 때는 열심히 해도 1, 2개씩 틀렸다”며 “4학년 때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는 말에 1년 동안 긴장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요즘 초등학교 예비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마음이 무겁다. 4학년 때부터 학습의 개념이나 범위가 넓어져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 보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내용이 어려워지고 배워야 할 분량도 늘어난다. 여기에다 평가도 1∼3학년 때는 과목별로 3단계였지만 4학년 때는 과목별, 영역별로 5단계로 세분하는 학교가 많다.

○ 어떻게 달라지나

서울 영훈초등학교 4학년 김모 양(11)은 “4학년이 되면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특히 수학과 사회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학의 경우 다루는 수의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1학년 2자리(99) △2학년 3자리(999) △3학년 4자리(9999) 등으로 순차적으로 커지다가 4학년이 되면 무한대로 늘어난다. 1단원 ‘큰 수’에서 ‘억(億)’ ‘조(兆)’를 배운다. 큰 수를 4자리씩 끊어 읽기를 연습해 ‘1000조’까지 나간다.

학부모 서경숙 씨(40)는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큰 수가 첫 단원에 나오자 아이가 겁을 먹었다”며 “아이 수준에서 볼 때 큰 수 개념을 가르치는 게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각종 연산도 복잡해진다. 분수와 소수의 덧셈과 뺄셈, 그리고 사칙연산이 한 계산식에 들어간 ‘혼합 계산’도 처음 나온다. ‘두 수 사이의 대응 관계’라는 함수 개념이 본격적으로 선보여 논리적 사고도 필요하다.

서울 창림초등학교 김태환 교사는 “3학년까지 단문으로 된 ‘문장제 문제’를 다루다가 4학년이 되면 몇 개의 문장으로 된 문제가 나온다”며 “독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아예 포기해 버린다”고 말했다.

사회도 3학년까지 ‘학교의 연대표’ 정도를 만들고 탈춤 등 전통놀이에 대해 배우다가 4학년이 되면 조선시대, 고려, 삼국시대까지 시간적 개념이 확대된다.

서울 중앙대사범대부속초등학교 김영채 교사는 “국어도 4학년이 되면 설명문, 논설문 등이 본격적으로 나온다”며 “쉬운 동화만 읽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딱딱한 비문학적인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사 24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46.9%가 ‘학습 부진이 나타나는 학년’으로 4학년을 꼽았다.

○ 7차 교육과정서 상위권 대상 심화학습 어렵게 느껴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사 학부모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교과과정을 만들고 시기별 학습 내용도 국가별로 큰 차이는 없다”며 “제7차 교육과정 개편에서 학습 내용을 과목별로 15∼30% 축소해 학습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교대 남경희(南景熙·사회교육) 교수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내용이 줄었지만 여전히 수업 시간에 비해 배울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며 “용어 개념 등을 좀 더 쉽게 설명하는 등 난이도 조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수준별 수업’에 따라 상위권 대상의 심화학습이 교과서에 실린 탓도 있다.

경기 오산시 화성초등학교 오춘옥 교사는 “교육부는 교과서가 참고용인 만큼 모든 내용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그렇지 않다”며 “학부모들은 교과서 내용을 다 배워야 한다고 여기는 데다 시중 문제집도 심화학습문제를 배우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 4학년은 결정적 시기?

일선 교사들도 대체로 4학년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본다. 3학년까지 중상위권에 몰려 있던 성적 분포가 4학년 때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4학년 공부가 평생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가에 대해서는 과목별, 교사별로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교대 강완(姜琓·수학교육) 교수는 “4학년이 사칙연산 등 기초 계산력을 완성하는 시기”라면서도 “추리력 기하 등 다른 분야가 있어 4학년 때의 수학 실력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서교육청 임세훈(任世薰) 장학사는 “4학년은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가질 수 있느냐의 분수령”이라며 “3학년까지는 인성교육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4학년은 본격적인 학습이 이뤄지는 단계”라고 말했다.

3학년에서 4학년, 이렇게 달라져요
과목3학년4학년
수학○ 2단원-덧셈과 뺄셈예) 472+369○ 곱셈과 나눗셈예) 8527×46
○ 6단원-곱셈예) 재희는 문방구에서 한 묶음이 6장인 양면색종이를 14묶음, 한 묶음이 8장인 단면 색종이를 12묶음 샀습니다(p84)○ 6단원-혼합계산예) 무게가 같은 비누 8개를 상자에 넣어 달아보니 650g이었습니다. 여기에 비누 5개를 더 넣어 달아보니 1025g이었습니다. 상자의 무제는 몇 g인지 하나의 식으로 써보시오(p89)
사회○ 인간과 시간-고장생활의 변화, 고장의 문화적 전통○ 인간과 시간-옛 도읍지, 박물관의 기능, 문화재의 가치
국어○ 읽기-내용을 확인하며 읽기 등○ 읽기-주제를 파악하며 읽기 등
○ 쓰기-내용을 창의적으로 생성해 쓰기 등○ 쓰기-시간과 공간순서에 따라 내용을 전개해 쓰기, 사건이나 행동의 변화가 드러나게 쓰기 등
과학○ 물질-여러 고체의 성질 알아보기○ 물질-열에 의한 물체의 온도와 부피 변화
교과서등 참고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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