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남구 노점상 임대상가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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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가 노점상을 위한 임대상가로 조성하기 위해 매입한 역삼1동 건물. 테헤란로 일대에서 노점을 하다 철거당한 100여 명이 입주해 내년 10월 전문 식당가 등을 개장할 예정이다. 황태훈 기자
서울 강남구가 노점상을 위한 임대상가로 조성하기 위해 매입한 역삼1동 건물. 테헤란로 일대에서 노점을 하다 철거당한 100여 명이 입주해 내년 10월 전문 식당가 등을 개장할 예정이다. 황태훈 기자
《“노점상을 위한 임대상가를 마련해 주면 거리에는 노점상이 없어져 깨끗해지고, 가난한 노점상들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장사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갖게 되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정책입니다.”(서울 강남구 관계자) “불법 노점상들에게 거의 무료로 빌딩 상가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 행위를 시민의 세금으로 보상해 주는 것 아닙니까.”(시민 김모 씨·34)》

서울 강남구가 ‘노점 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역삼1동에 불법 노점상들을 위한 임대상가를 마련해 내년 10월 개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자치구와 일부 시민들은 불법행위를 보상해 줌으로써 노점 단속 대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노점상 위한 임대상가 마련=강남구는 테헤란로 일대 노점상들이 입주해 장사할 수 있는 임대상가를 역삼1동에 구입했다고 21일 밝혔다.

강남구는 구 전체를 노점상 없는 지역으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우선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테헤란로 일대 143개 노점을 철거했다.

이에 노점상들은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농성을 벌였고 구는 그 대안으로 노점 빌딩을 추진해 왔다.

구 관계자는 이날 “구 예산 117억 원을 들여 역삼1동에 지상 3층 지하 1층(대지 376평 규모)짜리 빌딩을 매입했다”며 “이곳에 테헤란로 일대에서 장사하던 노점상 100여 명이 입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는 이 빌딩을 리모델링해 ‘신림동 순대’ 같은 전문 음식점과 의류상가 등으로 특화하고, 전국 농산물 직거래 상설매장을 설치해 내년 10월경 개장할 방침이다.

최소한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받을 예정이며 장기적으로 ‘노점 없는 강남구’를 조성하기 위해 임대빌딩을 추가로 매입해 구에 남아 있는 450여 개 노점(2004년 3월 현재)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논란=현재 서울시내의 크고 작은 무허가 노점은 약 1만5000개로 추정된다. 시와 25개 자치구는 노점 상시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최근 들어 생계형 좌판 노점까지 우후죽순 으로 생겨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단속을 하더라도 과태료 5만 원만 내면 집기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단속→과태료 부과→노점 반환→장사→단속’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측은 노점상을 위한 임대상가 마련은 그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불법 노점 행위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노점상에게 빌딩 내 상가를 마련해 주는 것은 무허가 상행위에 대해 영업공간이라는 보상을 제공하는 셈”이라며 “임시방편으로 노점상들을 임대건물에 입주시키면 계속 더 많은 사람들이 노점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도 “노점상은 생계형, 기업형 모두 세금을 내지 않는 명백한 불법 영업행위인데 이른바 ‘부자구’인 강남구가 이렇게 돈으로 이들을 달래 주는 해법을 동원하면 다른 자치구는 단속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노점상을 위한 임대 빌딩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임대 빌딩 입주 결정 시점 이후에 생겨나는 기업형 노점 및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노점은 수시로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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