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여러분철밥통 깹시다” 6급직원 비판書 화제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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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바깥에서 깨면 프라이(fried egg)밖에 되지 않지만 (알이) 안에서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된다.”

감사원 특별조사국 6급 주사인 배두한(裵斗漢·38) 씨가 최근 발간한 ‘공익근무요원(공무원) 내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법우사 간)라는 책에서 “변화는 생존이며,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든 비유다.

공무원을 ‘공익근무요원’으로 표기한 것은 오직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할 관료의 본분을 되새겨 보자는 의도라는 게 배 씨의 설명.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1995년 감사원 7급 공채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방대한 독서량을 바탕으로 “철밥통을 깨자”며 공직사회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

10년 공직생활에서 그가 느낀 장벽은 자발적 복종, 법규 만능주의, 선임자가 하던 대로 따라하기 풍조 등 복지부동 문화였다.

이는 지난해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원인 분석으로 이어진다. 화재 시 유독가스를 내뿜는 차량의 재질 등도 문제였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자율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사령실 지시에만 의존하려 했던 기관사의 타율성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였다는 논리다.

그는 “하던 대로 따라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며, 구차하게 놀고, 임시변통으로 때우니 천하의 온갖 일들이 이 때문에 다 무너지는구나”라고 탄식했던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의 글을 인용하며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감사원에 대해서도 적발 위주의 감사에서 예방감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편작(扁鵲·춘추전국시대의 명의)이 아니라 편작의 큰 형님같이 국민이 알지 못하더라도 미리 나라를 고치는 ‘감사의원(監査醫院)’이 되어야 한다. 한건주의보다는 10년, 2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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