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수사확대]작년 대리시험 들통 집유상태서 또 의뢰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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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중퇴생 대리시험’ 사건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일류대를 가고자 한 의뢰인과 특정 종교에 빠져 장래를 망친 대리응시자의 ‘잘못된 만남’이 빚어낸 한 편의 드라마였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의뢰인 차모 씨(23)는 지난해에도 고교 동창인 경희대 한의예과 재학생 신모 씨(24)에게 수능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수도권 A대에 다니던 차 씨는 적발되자 경찰에서 서울대 공대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집행유예까지 선고받았으나 일류대를 향한 욕망은 멈추질 않았다.

중고차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넉넉한 집안이라 돈 마련에 어려움이 없었던 차 씨는 올해 8월경 인터넷을 통해 서울대 중퇴생인 박모 씨(28)와 접촉했다. 그는 ‘수능 상위 4% 이내 500만 원, 1% 이내 1000만 원’의 조건을 걸고 매달 30만 원의 용돈까지 주며 박 씨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차 씨는 이번 수능에서 대리시험 사실을 부인했으나 서울 강남구 H고교 현장조사에서 시험장을 찾지 못해 범행이 들통 났다.

대리시험을 봐준 박 씨는 광주의 명문 고등학교를 나와 1995년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촉망받았다. 그러나 그는 2학년 때 특정 종교에 빠지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학업마저 소홀히 했던 박 씨는 결국 1997년경 미등록으로 제적됐다.

최근까지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변리사 시험을 준비해 온 박 씨는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대리시험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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