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300명이 1년에 1만권 읽는다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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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독서광올해 ‘독서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김동명 교사(가운데)와 학생부문 최고상을 받는 이선경양(오른쪽·민족반 1학년)과 특별상 수상자인 이재원양(국제반 1학년). 이선경 양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한 것 같다. 1시간 반 남짓한 저녁식사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횡성=권기태기자
올해의 독서광
올해 ‘독서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김동명 교사(가운데)와 학생부문 최고상을 받는 이선경양(오른쪽·민족반 1학년)과 특별상 수상자인 이재원양(국제반 1학년). 이선경 양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한 것 같다. 1시간 반 남짓한 저녁식사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횡성=권기태기자
강원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의 언덕에 자리잡은 민족사관고(교장 이돈희)에서 가장 학생들이 북적대는 곳은 커다란 석조 기와집처럼 생긴 충무관 1층 만경도서관이다. 이곳은 마치 대학생들처럼 참고서적들을 서가에서 찾고 검색하는 학생들로 늘 붐빈다.

○ 매달 필독서 두권씩 읽고 토론

이처럼 학생들을 책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시스템으로 이 학교는 올해 제11회 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위원장 김낙준)의 ‘독서대상’에서 큰 상을 받았다. 도서관의 사서담당 김동명 교사(35)가 독서대상 지도교사 부문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고, 학생 부문 최고상인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자(이선경)와 특별상 수상자(이재원)도 이 학교에서 나왔다.

지난달 29일 이 학교 다산관 1층 강당을 찾아가자, 김 교사가 내년에 입학할 예비신입생들을 모아놓고 영국 소설가인 조지 오웰과 윌리엄 골딩의 원서들이 포함된 필독서 목록들을 나눠주며 한창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 3월 입학한 1학년생부터는 2학년을 마칠 때까지 각 분야 50권의 필독서를 읽게 돼 있다”며 “각 과목 선생님들은 정규 고교 교과를 가르칠 뿐 아니라 매달 2권꼴로 정해진 필독서들을 놓고 학생들이 자료를 찾고 토론하고, 리포트도 제출하도록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셰익스피어의 ‘햄릿’ ‘리어왕’을 원서로 읽고 각 인물들의 가치관을 나름대로 평가하는 식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사실 수능이나 논술에는 직접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 오히려 미국 대학 강의에 가깝다.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고, 필독서에 원서가 많으며, 상당수 리포트나 독후감을 영어로 제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에 특별상을 받게 된 이재원양(국제반 1학년)은 “존 스튜어트 밀이나 막스 베버의 책을 읽는 게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점점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안목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영재 수준의 학생들’을 뽑아놓은 이 학교의 현실을 반영한 교육”이라며 “전체 학생 300명이 1년간 빌려가는 권수를 합하면 놀랍게도 1만권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도서관은 국내 서적 1만5000권, 원서 5000권을 갖추고 있다. 원서 소장으로는 국내 고교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학교측은 책벌레 학생들을 위해 연간 5000만원을 책 사는 데 사용하고, 도서관 서가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마음대로 이용하게 한다. 이 같은 지원 때문에 김 교사는 “이번 상은 사실 저보다는 학교에 준 것”이라고 말했다.

○ 연간 도서구입비 5천만원

그러나 포항공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지망하는 자연계 학생들 가운데는 문학 역사학 경제학 등에 걸친 다채로운 독서보다는 벌써부터 실험실에 틀어박히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러나 김 교사는 “이런 학생들일수록 다양한 독서체험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게 학교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 필독 도서목록은 석·박사 출신의 각 교과 교사들이 추천하고, 교과 수석교사-교장-교감-사서교사의 토론을 통해 매년 12월 결정된다. 도서목록은 민족사관고 홈페이지의 게시판에서 볼 수 있다.

횡성=권기태기자 kkt@donga.com

○독서대상 수상자

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와 동아일보, MBC가 공동주최한 제 11회 ‘독서대상’의 전체 수상자는 112명이며 총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지도 교사 부문 △대통령상 김동명(민족사관고) △국무총리상 곽의숙(부산예문여고) 김영이(광주효동초등) △교육부장관상 정경애(서울온곡초등) 손월향(대청초등) 박영애(대구동평초등) 진희연(인천여고) 이은숙(보문중) 설인숙(범서중) 서정란(정발중) 최연조(춘천성림초등) 권태봉(일신여고) 노순호(형남초등) 정기상(전북대덕초등) 성태모(능주고) 오시열(무릉중)

▽학생 부문 △문화부장관상 김성수(서울광문고2) 최현숙(대구동평초6) 김신흔(광주중앙중3) 전광신(동아여고2) 이지은(인천대화초4) 김용현(부평서중3) 김송희(안남고1) 안재원(대전문지초5) 설다솔(경기장촌초4) 유수미(산본중2) 이선경(민족사관고1) 김경언(경북 성신여중2) 강혜진(경남 횡천중3) 신창준(경남 창녕고2) 강민이(제주 곽금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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