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복지 ‘국민연금 동원안돼’ 파문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41분


코멘트
총리공관서 긴급회동이해찬 국무총리(가운데)가 2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민생경제 관련 고위 당-정-청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 인사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의를 제기한 연기금 동원 문제에 대한 수습방안도 논의됐다. 서영수기자
총리공관서 긴급회동
이해찬 국무총리(가운데)가 2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민생경제 관련 고위 당-정-청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 인사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의를 제기한 연기금 동원 문제에 대한 수습방안도 논의됐다. 서영수기자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1일 연기금 투자의 독립성과 안정성 강화를 위해 정부 산하에 있는 연기금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자산운용위원회’(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이같이 원칙을 정했다고 이목희(李穆熙) 제5정조위원장이 전했다.

당-정-청은 임시기구인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자산운용위’로 독립 기구화하고, 위원장도 복지부 장관에서 민간인으로 교체키로 했다. 또 자산운용위원 13명 가운데 전체 위원의 60% 이상을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날 기금관리기본법 등의 처리를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원탁회의’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원내대표간 논의하면 될 것”이라며 즉각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앞서 여권은 김근태(金槿泰) 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 동원 불가’ 발언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발등에 떨어진 불 ‘기금관리기본법’=당-정-청은 김 장관 발언이 알려진 직후인 19일부터 21일까지 연쇄회동을 갖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21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선 이 총리,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 및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김병일(金炳日) 기획예산처 장관,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김근태 장관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영선(朴映宣)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연기금이 내년도 경제 활성화 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큰 흐름은 김근태 장관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면서도 연기금의 주식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허용하는 쪽이다. 즉 연기금의 관리는 독립기구에 전권을 주되, SOC 투자 부분은 김 장관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냈다는 것. 이 의장은 “김 장관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 연기금의 사용처도 △항만시설 등 손실부담이 적은 정부발주사업 투자와 △삼성전자나 KTF 등 주가폭락 위험이 적으면서도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국가기간산업에 투자하는 쪽으로 범위를 구체화했다.

▽국정운용시스템 혼선 논란=여권 내에선 김 장관의 발언이 국정운용시스템 혼선의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국무회의와 당-정-청 회의에서 충분히 거를 수 있는 문제를 국민을 상대로 ‘홍보전’을 펴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협의 과정에선 밤을 새워 토론하더라도 일단 결정이 됐으면 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권 안에선 김 장관 발언 외에도 △종합부동산세 △‘헌법재판소 때리기’ 등 잇단 문제 발언에 대한 우려도 많다. 국정운영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갈팡질팡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김 장관이 지핀 ‘불씨 살리기’에 부심하고 있다. 유승민(劉承旼) 제4정조위원장은 21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연기금을 SOC 투자에 동원하려는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24일 열리는 야4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기금관리기본법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이제 기금관리기본법은 ‘4대 입법’과 함께 한나라당이 양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마지노선’이 됐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