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애완견 너무 많다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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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응암동물병원.'

애완견 3마리가 기자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짖어댄다. 푸들의 머리를 쓰다듬자 연신 손을 핥았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정에 굶주린 애완동물들이다.

또 다른 애완견은 교통사고를 당해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눈만 껌벅이며 숨을 헐떡였다. 이 병원 고명헌 원장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주사를 놓아 안락사 시켰다.

응암동물병원에는 한달 평균 80~100마리의 버려진 개와 고양이가 들어온다. 대부분이 주인에게 버림받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동물들. 생명이 위독한 동물들은 안락사 시킨 뒤 화장된다.

나머지는 경기 벽제의 한 농장에 보내져 주인을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입양된다. 주인이 다시 찾아가는 경우는 월 5~7건에 불과한 실정.

한달 이내에 주인이 찾아오지 않거나 입양자가 나서지 않으면 안락사시킨다. '나는 더 이상 키우기 귀찮은데, 길에 놓으면 누군가 데려다 잘 키우겠지'라고 버린 애완동물을은 대부분 폐사되는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고 원장은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다가도 병에 걸리면 치료하기가 귀찮아 길가에 버리는 사례가 많아 졌다"며 "최근에는 집 없는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급증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기 애완동물 현황=지난해 서울시가 집계한 애완동물 수는 약 83만 마리. 이 중 약 7300여마리가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6월말까지 유기 애완동물은 6353마리로 연말까지 1만5000마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2018마리에서 8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버려진 애완동물은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길가에 버려져 굶주린 개와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뒤지면서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거나 배설물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는 농림부에 △애완동물 등록제 도입 △애완동물에 인식표 부착 및 광견병 예방접종 강화 등과 관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건의한 상태.

농림부 가축방역과 김규억 사무관은 "동물등록제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만 빨라야 2006년에나 시행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전국적으로 애완동물 관리 여건이 달라 각 지자체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애완동물 찾으려면=현재 유기 애완동물을 보호하는 곳은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를 비롯해 은평구 강남구 등 4곳.

동물구조관리협회와 위탁 동물병원은 버려진 동물이 들어오는 데로 서울시 '동물 사랑방(animals.seoul.go.kr)'에 사진과 신상명세를 올리고 입양안내를 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구청별 동물병원 소재지와 전화번호 안내, 애완동물별 예방접종 및 질병상식을 제공하고 각 구청의 동물보호 담당 부서와 연계해 애완동물 분실 및 습득 신고를 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버려진 애완동물은 무료로 분양되지만 새로운 주인을 맞는 경우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며 "한 달 동안 보호한 뒤 주인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멀쩡한 애완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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