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불우학생에 ‘사랑의 교실’…월성원전 누키봉사대

  • 입력 2004년 10월 20일 20시 44분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올해 2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3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에 취업한 남혜정(南慧晶·23·여)씨는 며칠 전부터 회사 근처 ‘사랑의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에게 틈틈이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남씨는 월성원전이 최근 직원 140명으로 결성한 누키봉사대에 참여했다. 이 봉사대는 원전 주변에 사는 어린이와 청소년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공부를 지도하거나 형 또는 누나 역할을 한다.

누키는 ‘원자력 지킴이’(Nuclear Keeper)에서 따온 명칭.

이 봉사대는 18일 원전에서 300m가량 떨어진 한 교회에 ‘사랑의 교실’을 열었다. 봉사대 직원들이 날마다 돌아가면서 이 곳에서 학생들의 공부를 지도한다.

따로 과외를 할만한 처지가 못 되는 초등학생 25명의 공부방을 마련한 것이다.

남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과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며 “어린 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월성원전 직원 1200여명 중 이 봉사대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 매달 월급에서 1%씩 떼어내 봉사활동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월성원전측은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혼자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도울 계획이다.

월성원전은 1983년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주변지역의 도로포장이나 장학금 전달 등 각종 주민지원사업을 해왔지만 이 같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자매결연 마을인 경주의 세심마을 주민들이 찾아와 원전을 둘러보기도 했다. 원전측은 앞으로 세심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구입하고 농번기에는 일손을 돕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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