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종단송유관 450km 부식심해 기름유출등 오염심각

  • 입력 2004년 9월 19일 18시 36분


기름 수송을 위해 주한미군이 30여년 전에 건설한 한국종단송유관(TKP)이 너무 노후돼 처리 비용 및 환경문제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송유관은 전시 주요 물자인 기름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1970년 경기 의정부와 경북 포항 간 총길이 450km에 걸쳐 땅속 1.5m 지점에 묻은 지름 20cm의 원통 관. 상수원인 한강을 관통하는 서울 강남∼의정부 구간(46km)은 1993년에 폐쇄됐고 나머지도 폐쇄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송유관이 부식된 곳이 많아 여러 곳에서 기름이 새는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 부식된 관에서 유출된 기름과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 및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송유관을 폐쇄해도 기름투성이인 관이 남아 있는 이상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예상되는 만큼 송유관을 걷어내고 오염된 토양을 복구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국방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설 당시만 해도 산림이나 논밭이었던 송유관 매설 부지에 고층건물과 도로가 들어서 있어 제거 공사와 비용 등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당 부분의 송유관을 지금 상태 그대로 폐기한다는 방침이지만 환경단체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1992년 주한미군이 한국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올해 8월에는 한미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이 앞으로는 기존의 낡은 송유관 대신 한국측이 건설한 남북송유관(SNP)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미 협상에서 기존의 송유관 처리비용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19일 “송유관 처리에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들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협상에서 비용 분담을 명시하지 않아 전액을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할 판”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1970년 송유관을 건설할 당시 민간 토지를 수용하면서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도 정부와 미군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유관을 한국과 주한미군이 함께 사용한 만큼 토양 복원비와 보상비도 분담해야 한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국방부는 “1992년 송유관을 한국이 넘겨받은 후에 발생한 유류 누출이나 철거 문제와 관련한 비용은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전의 누출사고는 미국측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송유관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낡고 위험한 것이 아니며 외부 충격만 없으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한 유류수송수단이다”라고 해명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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