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영화 ‘싱글즈’와 잠실 롯데월드 앞길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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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난 파이팅!” 영화 ‘싱글즈’ 마지막 장면에서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가 걸어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앞길. 올림픽로 옆 롯데백화점에서 롯데마트에 이르는 보도로 폭이 넓고 화단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걷는 맛’이 난다. 장강명기자
“서른 살,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난 파이팅!” 영화 ‘싱글즈’ 마지막 장면에서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가 걸어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앞길. 올림픽로 옆 롯데백화점에서 롯데마트에 이르는 보도로 폭이 넓고 화단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걷는 맛’이 난다. 장강명기자

“며칠 있으면 새해다. 난 서른살이 되기 전 인생의 숙제 둘 중의 하나는 해결할 줄 알았다. 일에 성공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지금 난 여전히 일에 성공하지 못한 싱글이다.”

스물아홉살 동갑내기 직장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과장 없이 그려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받은 영화 ‘싱글즈’의 마지막 장면. 서른살이 되기 직전의 겨울밤. 길거리에 서 있던 동미(엄정화)는 나난(장진영)이 나타나자 추운데 한참 기다렸다며 화를 낸다.

서른이 코앞이지만 두 사람 모두 일도 사랑도 꿈꿨던 대로는 되지 않은 서글픈 현실.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나난은 외식사업부에서 일하고 있고, 동미는 손버릇 나쁜 상사를 혼내준 뒤 사표를 내고 가내 창업을 했다. 나난은 결혼해서 뉴욕에 가자는 애인을 떠나보냈고, 동미는 ‘자발적 비혼모(非婚母)’가 돼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으려 한다.

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씩씩하다. 투덜대는 동미를 달래려고 나난이 장난을 치기 시작하고, 그러다 함께 춤을 추고 까불며 거리를 달려간다. 이어지는 나난의 내레이션.

“그러면 어때? 마흔살쯤에는 뭔가 이뤄지겠지. 서른살,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난 파이팅!”

영화 속의 거리도 두 ‘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미혼 여성’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것 같다. 나무에 가득 걸린 꼬마전구가 반짝이고 보도는 널찍하다.

동미와 나난이 뛰어가는 보도는 올림픽로 옆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롯데월드∼롯데마트 앞길. 폭이 15m가 넘는 시원하게 넓은 보도다.

보도 군데군데 설치한 화단에는 동물 모양의 토피어리 장식을 만들었고 장승과 물레방아 모형도 설치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1층에 입주한 음식점들이 보도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노천카페를 운영해 ‘걷는 맛’을 더해준다.

롯데월드 주변 가로수에 꼬마전구를 다는 작업은 11월 초부터 시작된다. 이때 걸리는 꼬마전구는 약 250만개. 나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눈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 영화 촬영도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2002년 12월 말에 있었다. 라스트신인 이 장면을 찍는 데 7시간이나 걸렸다.

잠실(蠶室)동은 조선시대 양잠을 위해 뽕나무를 키우던 곳. 사실 ‘잠실’은 특정 지역의 지명이 아니라 ‘누에를 치는 곳’을 뜻하는 일반명사다.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운영하는 잠실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세 곳 있었는데, 지금의 잠실동에는 동잠실(東蠶室)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 일대는 아리따운 일하는 여성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거리인 것. 그 밖에 서초구 잠원동에 신잠실, 서대문구 연희동에 서잠실이 있었다고 한다.

지하철 2, 8호선 잠실역에서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장진영과 엄정화가 달렸던 거리를 걸을 수 있다. 데이트 코스로 좋은 석촌호수가 5분 거리.

(도움말=서울영상위원회 www.seoulfc.or.kr)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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