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남동공단 ‘불법주차 천국’

  • 입력 2004년 9월 1일 2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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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제품을 실어 날라야 할 화물차가 공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산업단지인 인천 남동공단 도로변은 수년째 ‘불법주차 천국’이다.

특히 좁은 이면도로 양쪽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부품을 운반하거나 제품을 출하하는 대형 화물차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인천시는 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다.

▽주차장이 돼 버린 도로들=지난달 31일 오전 남동구 논현동 왕복 4차로인 함박메길. 공단 입구에서부터 2km가 넘는 도로의 양쪽 끝 차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버스 정거장과 교차로 주변에도 불법 주차된 차량이 넘쳐났다.

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단속이 가능한 지역이지만 시와 관할 남동구는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공단 안으로 들어가 봤다. 남동공단 1단지 20블록 H전자 앞 도로. 폭이 10여m에 불과한 왕복 2차로 양쪽에 각종 승용차와 트럭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한쪽 차로는 아예 2중 주차를 해 놓아 소형 트럭 1대만 간신히 다닐 수 있는 상태.

고잔동 남동공단 2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101블록 S산업 인근 도로가 2중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최문식 남동공단경영자협의회장(66)은 “지자체에 수차례 단속을 요구했지만 헛수고”라며 “불법 주차로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는 기업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원인=290만평의 공단에는 현재 3900여 곳의 제조업체에 6만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상당수 근로자들이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지만 공단 안에는 모두 4곳(668면)의 임시 공영주차장 뿐이어서 주차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단을 경유하는 버스는 10개 노선(일반 9, 좌석1)에 불과하며, 인천지하철역을 연결하는 버스노선도 4개 밖에 없다.

▽대책은 없는가=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는 지난해 8월 공단 내 이면도로에 노상주차장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시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공단을 순회하는 버스노선을 증설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버스업체들이 수익성이 없다며 기피해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차단속도 공단 근로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주차 단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주정차 금지 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아 적극적으로 단속하기는 곤란하다”며 “공단내에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공단 종사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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