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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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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합쳐진 부경대는 통합한 지 8년이 지나도록 학교의 상징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경대측은 통합 이전 대학들의 상징물인 돌고래와 용을 결합해 새로운 상징물을 제작하려고 했지만 어느 쪽을 더 강조해야 할지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2개의 대학이 합쳐지는 대학간 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의 국립대가 통합 및 연합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
▽진통 겪는 통합 노력=통합에 합의한 공주대와 2년제 천안공대는 통합 대학의 명칭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다.
현재 공주대는 신행정수도의 명칭을 대학 이름으로 쓸 것을 바라고 있고 천안공대는 통합에 반대해 온 일부 천안시민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들이 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통합논의가 한창인 경상대(경남 진주)와 창원대(경남 창원)는 1998년에도 두 대학 일부 교수들이 통합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규모가 큰 경상대로의 흡수 통합을 우려하는 창원대 동창회와 일부 구성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경상대 이우기 홍보팀장은 “남녀가 만나서 결혼하는 것보다 대학간 통합이 훨씬 까다롭다”며 “두 대학 모두 쉽게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통합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신입생의 입학성적이 낮은 대학과의 연합에 반대하는 일부 대학 때문에, 강원 지역은 중복되는 전공 분야의 구조조정에 대한 이해관계 충돌로 통합 논의가 중단되고 있다.
국립대가 이렇다 보니 재단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립대의 구조개혁은 더욱 어렵다. 신입생 모집난을 겪는 일부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서울의 한성대와 부산 인제대가 비공식적으로 통합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설립자들이 앞장서 조정을 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은 뭔가=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가장 큰 문제다. 통합 대학에서는 일부 학과 축소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성원들이 통합에 찬성하다가도 막상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대학 내에서 ‘아성’을 구축해 온 일부 교수들이 통합 이후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반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김영식 차관은 “대학 통합의 목적은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지 단순히 교직원의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중국 어떻게 성공했나=일본과 중국이 최근 대학 구조개혁에 성공한 것은 위기의식을 느낀 대학들의 필요에 부응해 정부가 강력한 주도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1년 새로운 대학교육을 모토로 도야마 아쓰코(遠山敦子) 문부과학상의 이름을 딴 ‘도야마 플랜’을 시작했다.
현재 국공립대는 12개 대학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이 마무리됐다. 2002년 야마나시대 쓰쿠바대 등 4개 대학이 통합됐고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상선대와 도쿄수산대가 도쿄해양대로 합쳤다.
중국은 1992년 세계적 수준의 일류대학 1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211공정’을 시작했다. 그 결과 733개에 달하던 대학이 2002년 288개로 통폐합됐다. 구조조정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점 대학이 자생력이 부족한 단과 중심 대학을 병합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 대학 구조조정 진행 상황 | ||
| 지역 | 대학 | 진행 상황 |
| 경남 | 경상대-창원대 | 통합추진실무협의회 구성. 통합 대학이 2006학년도에 신입생 선발 목표 |
| 대전 충남 | 공주대-천안공대(전) | 통합 기본합의서 서명. 신행정수도 명칭에 따라 통합대학 명칭 정하기로 합의 |
| 충남대-한밭대-공주대-공주교대 | 2006년까지 연합대학 출범 추진. 실무추진위원회 구성. | |
| 광주 전남 | 전남대-목포대-여수대-순천대-목포해양대 | 연합대학 구성 합의. 올해 안에 설치령 제정키로 하고 2010년까지 연합대학 정착 목표. |
| 전북 | 전북대-군산대-익산대(전) | 전북대 군산대 연합대학 추진 실무협의회 구성. 익산대 동참 여부 고려 |
| 충청 | 충북대-충주대-청주과학대(전) | 충주대와 청주과학대, 충북대와 청주과학대 각각 통합 논의 진행 |
| 충북대-충남대-충주대 | 신행정수도 이전 앞두고 충청지역 국립대 삼각체제 구축 논의 | |
| 대구 경북 | 경북대 중심 인근 국립대 | 공동발전계획 협약 체결. 2010년까지 대구경북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 목표 |
| 강원 | 강원대 중심 도내 국립대 | 연합체제 구축 합의 서명. 교수 직원 교류, 도서관 기자재 공동활용, 교육과정 표준화 등 추진 |
| 서울 부산 | 한성대(사)-인제대(사) | 일부 구성원 중심으로 비공식 통합 논의 |
| (전)은 전문대,(사)는 사립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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