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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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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박보영(朴保泳·43·여) 변호사 사무실엔 ‘상담실’이란 문패가 붙은 2평 남짓한 공간이 있다. 상담실은 간접조명등, 세련된 유리 테이블, 의자 등이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 2월 변호사 사무실을 낸 박 변호사는 이혼사건을 수임하면 치료상담부터 받아보기를 권한다. 상담원은 가족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이화자씨(60). 박 변호사가 법관으로 일할 때부터 파트너로 일해 온 이씨는 고객에게 1∼2주 간격으로 단계별 숙제를 내주고는 상담결과를 박 변호사와 상의한다.
현재 진행 중인 치료상담은 3건. 한 번 상담에 몇 시간씩 걸리고 1∼2주 간격으로 여러 차례 상담해야 하니까 품이 많이 든다.
“무조건 이혼을 막자는 건 아닙니다. 결혼생활이 지옥 같다면 이혼해야죠. 하지만 꼭 필요한 이혼인지 돌이켜보고 ‘홧김 이혼’을 준비된 이혼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박 변호사는 “이혼 경험자의 23%가 이혼을 후회한다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조사결과도 있다”며 “이혼을 하더라도 서로 원수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아이들을 위해서도 재판이혼보다 협의이혼이 좋다”고 말했다. 그가 이혼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혼신청 부부를 중재하는 서울가정법원 조정담당 판사 시절. 그는 부부갈등의 주된 원인이 ‘대화부족’이라고 보고 이혼신청 부부에게 법원의 ‘심리적 조정절차’ 과정을 밟도록 했다. 그 결과 20쌍 가운데 4쌍이 재결합하게 됐다는 것.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0쌍이 새로 결혼했다면 47쌍은 이혼해 갈라질 정도로 이혼은 이미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박 변호사는 “감정의 배출구를 만들어 이혼 희망자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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