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장학금' 주면서 '항의전화' 받아

  • 입력 2004년 7월 12일 14시 25분


“장학금 주면서 싫은 소리 듣게 생겼다.”

농림부가 시행하는 ‘농업인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계획’이 일선 학교의 학사 일정과 맞지 않아 일부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농림부는 올 하반기부터 농업인 자녀 가운데 농업계열을 전공한 대학생에게 2학기 등록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급 기준은 1학기 성적 평균이 70점(평점 2.0, C-)을 넘은 학생.

하지만 농림부는 이같은 기준을 6월 중순 각 대학에 공문으로 통보했다가 성적 적용학기를 올 1학기에서 지난해 2학기로 바꿨다.

대학의 성적 집계 일정과 장학금 지급 일정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의 1학기 성적은 8월 초.중순에나 나오는데 농림부는 장학금 수혜 대상자를 7월 2일까지 파악하고 같은 달 15일 이들 학생의 계좌번호까지 취합할 계획을 세웠던 것.

농림부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7월 말까지 장학금을 선지급(先支給)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7월 초까지는 성적 집계가 필요했다”며 “학사 행정 상 이같은 일정을 맞출 수 없어 지난해 2학기 성적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혼선 속에서 결국 지난해 2학기 성적을 기준으로 올해 2학기 장학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2학기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농림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

충북대 농대에 재학 중인 차명수씨는 “지난해 2학기에 과 수석을 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미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번 혜택에서 제외됐다”며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오히려 혜택에서 제외되는 장학금 제도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농림부 담당자는 “선지급 원칙을 지키려다보니 일부 엉뚱하게 제외되는 학생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일선 학사 행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장학금 지급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농림부는 이같은 계획을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 중순에야 통보, 각 학교는 시골집에 내려간 학생들에게 부랴부랴 비상연락망을 돌려 홍보해야 했다.

결국 농림부는 당초 2주로 잡았던 장학금 신청 기간을 1주일 연장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만 전화를 받느라 목소리가 다 쉬었다"며 “장관님이 농촌출신이어서 농촌 지역의 학자금 부담을 줄이자는 게 평소의 지론이셨는데 이번 계획은 다소 무리하게 서두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현 동아닷컴 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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