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4兆 '베일속 경영' 드러날까

  • 입력 2004년 7월 9일 20시 38분


최근 수년간 급성장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아 온 군인공제회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공제회의 운영 실태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은 군인공제회 투자 사업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군인공제회의 자산 규모가 3조7000억여원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수사의 물줄기가 어떻게 바뀔지 예단하기 힘들다.

▽베일에 가린 공제회=군인공제회는 금융 부동산 등 13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군인공제회 임직원은 물론 계열사 직원까지 대부분 군 출신 인사로 채워져 폐쇄적이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4조원 가까운 자산을 굴리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데도 기금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양수 의원은 “군인공제회 주식투자가 금융투자 총액의 3.5%를 넘지 못하도록 한 내규를 어기고 금융 투자액의 33%인 4147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152억여원의 손실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감에서는 2000년부터 지난해 3월 말까지 퇴직한 2280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성과급 및 가족수당까지 더한 액수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 27억4600만원을 과다 지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군인공제회가 서울 강남의 주상복합아파트 일부를 군 수뇌부 인사들에게 특혜 분양했다는 진정이 청와대에 접수되기도 했다.

▽수사 배경과 전망=군인공제회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통일중공업 주가 조작사건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통일중공업의 주가 조작을 벌인 투자컨설팅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군인공제회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주는 대가로 담당직원이 4억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것.

검찰은 군인공제회의 투자가 내부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 점을 중시해 직원 개인 비리가 아니라 군인공제회의 구조적 비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직원이 어떻게 4억원이나 되는 금품을 수수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금융투자사업의 전반에 비리가 있는지 수사를 착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들어 기업 인수합병과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군인공제회의 행보로 볼 때 기금 운영 전반에서 비리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투자부문을 위주로 이뤄지겠지만 수사 도중 다른 내용이 나오면 이 부분도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수사가 금융 투자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 부동산 투자 등 군인공제회의 투자 활동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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