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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8일 0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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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씨(28)는 지난달 28일 유산한 뒤 출혈이 심해 강원 춘천시 강원대병원에 입원했다. 박씨의 혈액형은 양성(+)도 음성(-)도 아닌 세계적으로 희귀한 ‘바디바바디바’(-D-/-D-) 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A형인 것으로 알고 있던 박씨도 깜짝 놀랐다.
강원대병원은 박씨를 서울아산병원으로 같은 달 30일 긴급 후송했지만 이 병원도 같은 혈액형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병원 장성수 교수(38)는 1996년 서울대병원이 박씨와 동일한 혈액형을 발견했다는 미국 학술지 내용을 기억해냈다.
서울아산병원은 경찰청의 도움으로 울산에 사는 같은 혈액형을 지닌 자매 2명을 찾아냈다. 이들은 흔쾌히 헌혈에 동의했다. 박씨는 경찰청이 울산에서 2일 공수한 혈액으로 수혈을 받고 잠시 혈색이 돌았지만 피가 더 필요했다.
이때 장 교수의 요청을 받은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가 희소식을 전해 왔다. 일본 오사카혈액원이 1996년에 헌혈받아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4유닛(Unit·팩)을 보내주기로 했던 것.
이 피는 3일 항공편으로 공수돼 국내에서 유일하게 냉동혈액 해동 시설을 갖춘 세브란스병원에서 해동시켜 5일 박씨에게 수혈됐다. 적십자사는 “해외에서 피를 조달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6일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박씨는 “헌혈해 준 분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세상엔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바디바 바디바 ▼
Rh 혈액형은 항원 C, D, E가 있다. 이 가운데 항원 D가 없으면 Rh 음성, 있으면 Rh 양성이다. 바디바바디바는 D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C,c,E,e가 없는 혈액형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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