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요원 행세 벤처사 상대 46억 가로채

  • 입력 2004년 6월 24일 0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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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권(舊券)화폐 사기단이 첩보영화를 연상케 하는 치밀한 각본으로 벤처기업 대표 등을 상대로 수십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성영훈·成永薰)는 23일 유모씨(42·구속)와 조모씨(34)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1월 벤처기업 대표 강모씨(32)와 박모씨(34)에게 “나는 한국에서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접근했다는 것이다.

유씨는 강씨 등에게 “구권화폐에 30억원을 투자하면 20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조씨는 자신을 정보부대 장교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노태우(盧泰愚) 정권 때 통치자금으로 숨겨 둔 구권화폐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지하에서 썩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바람잡이 노릇을 했다.

또 유씨는 피해자들 앞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직원으로 가장한 일당 박모씨(수배 중)에게 미 연방채권 구입대금으로 12억원을 지급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씨는 36억원을, 박씨는 10억5000만원을 유씨 일당에게 구권화폐 구입자금으로 건넸다.

유씨는 구권화폐 교환 수익금이라며 강씨 등에게 100만달러와 10만달러짜리 위조지폐로 1억2000만달러를 건넸다. 500억원권짜리 위조 자기앞수표 3장과 50억원권짜리 위조 자기앞수표 7장도 박씨에게 지급했다.

유씨는 구권화폐를 이용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사기 미수)로 이미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았으나 강씨 등의 고소에 따라 범죄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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