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수도이전 국민투표 반발고려 당론 못정해

  • 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55분


한나라당은 21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표(오른쪽)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7대 국회 개원 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천도논란에 대한 회의를 가졌으나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21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표(오른쪽)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7대 국회 개원 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천도논란에 대한 회의를 가졌으나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서영수기자
‘대국민 사과는 해야 하지만 국민투표는 글쎄….’

한나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수도 이전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 뒤 입장을 정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날 대다수 의원들은 행정수도이전건설특별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데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으나 국민투표 실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투표를 실시했다가 찬성으로 결정이 날 경우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新수도 국민투표 찬반논란(POLL)

이날 의총에는 100여명의 참석 의원 중 27명이 발언에 나섰고,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하면서 5시간 반 동안 백가쟁명식 난상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토론에 앞서 “급하게 특별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도 반성해야 한다.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사과 입장을 밝히자, 의총의 분위기는 대국민 사과 쪽으로 가닥이 잡혀갔다.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특별법을 통과시킬 때 확실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당시 제1당으로서 정치적 고려에 치우쳤기에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특별법 부실처리를 시인한 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택수(安澤秀) 의원도 “한나라당은 충청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저질러서는 안 되는, 마음에도 없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했다.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국민의 여론을 진지하고 광범위하게 수렴해야 하며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서명운동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김충환(金忠環) 의원은 “당론으로 국민투표를 주장해선 안 된다. 이기면 충청권이 한나라당을 반대할 것이고, 지면 수도권 시민들이 이기지도 못할 것을 꺼내 나라를 완전히 망쳤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들도 쏟아졌다. 당 내 유일한 충청권 출신인 홍문표(洪文杓) 의원은 “정부와 야당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기구를 만들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자”고 제안했고,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정쟁을 중지하고 당 내에 평가단과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윤건영(尹建永) 의원은 “주요 대학을 중부권으로 옮기는 등 충청권의 기대이익을 보상해 주는 계획을 내놓고 수도 이전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