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6회 성관계 요구 남편…알고보니 정신질환

  • 입력 2004년 6월 18일 19시 19분


코멘트
정신병력을 숨긴 채 결혼했다면 이혼사유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씨(35·여)는 지난해 9월 맞선을 통해 알게 된 B씨(42)와 교제를 하다가 11월 관할 구청에 혼인신고를 한 뒤 대전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혼 초기부터 남편의 행동이 이상했다. 밤마다 잠을 자지 않고 눈만 마주쳐도 성관계를 요구했다. 하루에 적게는 3, 4회, 많게는 5, 6회까지 성관계를 가졌다.

한 달 반 동안 계속된 성관계로 병원 신세까지 졌는데도 남편의 요구는 멈출 줄 몰랐다.

성관계 이후에는 갑자기 웃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고, 집안에 있을 때에는 옷을 벗고 지내도록 했다.

남편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A씨는 B씨의 누나를 다그친 끝에 “동생이 10년 전부터 조울증을 앓았고 가족들은 동생의 결혼을 위해 이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의사로부터 완치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A씨는 올해 3월 B씨를 상대로 혼인취소 소송을, B씨와 이 사실을 숨긴 B씨의 어머니(73)에게는 각각 2000만원, 3000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가사단독(재판장 이동연)은 17일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으므로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며 B씨에 대해 위자료 2000만원을 함께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들의 정신병력을 며느리에게 사전에 밝히지 않은 ‘모정’에 대해선 “이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은 법률적으로 자기 의사 결정 능력이 있는 남녀 사이의 개별적인 신분행위”라며 “B씨의 어머니가 40세가 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아들의 결혼 상대방에게 정신병력을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상식과 인륜에 반한다”고 밝혔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