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前회장 “한화갑의원 8억 요구했었다”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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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길승(孫吉丞) 전 SK 회장은 31일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의원이 2002년 대표 경선 전 8억원을 요구했으나 4억원만 제공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손 전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현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한 의원이 2002년 1월 ‘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당 대표 경선 등을 앞두고 있는)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2억원씩 8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2월 초 2억원, 3월 중순 1억원의 불법 자금을 건넨 후 김창근(金昌根)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하지만 6월에 다시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자금 지원 요청이 와 1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손 전 회장은 “당시는 민주당 대표 경선이 끝난 뒤였지만 당시 한 의원이 여당 대표였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을 감안해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면 법적 한도 안에서 자금을 제공하려고 했지만 정치권이 그 이상을 요구했다”며 “우리나라 대기업이 특정 이권을 놓고 자금을 제공하는 경우는 없으며 정치자금 수요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 이 부분이 합리적으로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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