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선생님의 크신 사랑 어떻게 다 갚을까요”

  • 입력 2004년 5월 12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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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조금이라도 선생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편지를 보냅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류태선(柳泰仙·55·여)씨는 11일 대구시교육청에 편지를 보냈다. 몸이 불편한 류씨는 “세월이 갈수록 선생님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썼다.》

류씨 가족이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은 현재 대구동원초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박상자(朴尙子·60)씨. 2000년 명예퇴직을 한 뒤 이달부터 기간제 교사로 다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류씨가 박 교사와 인연을 맺은 때는 1988년. 아들(당시 초등 1학년)의 담임이었던 박 교사는 류씨가 빚에 하기면서 혼자 남매를 키우는 딱한 사정을 안 뒤 전근가면서 이 남매를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로 전학시켰다.

박 교사는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내가 맡겠다”며 류씨의 남매를 자신의 사글세 방으로 데려와 2년 동안 어머니가 됐다. 박 교사는 일찍 남편을 잃고 혼자 사글세방에서 삼남매를 키우면서도 류씨의 남매를 거뒀다.

97년 서울로 이사하던 류씨에게 박 교사는 “희망을 잃지 말고 아이들을 잘 키워달라”며 손을 꼭 잡았다.

박 교사의 정성 때문이었을까. 류씨의 딸 김지운씨(27)는 사회복지사가 됐고, 대학4학년인 아들 찬우(24)씨는 영화감독으로 진출했다.

류씨는 “너무 어려웠던 시기에 박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라 선생님께 당당하게 알리고 싶다”며 “조금 더 안정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을 찾아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운씨는 퇴근(서울시교육위원회 근무)하면 서울시내 한 복지관으로 달려가 밤늦도록 백혈병 환자 돕기를 7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운씨는 “마음 속에 기둥처럼 서있는 선생님을 생각하며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류씨 가족의 마음을 받은 박 교사는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 너무 기쁘다”며 “그 상황에서 교사라면 누구라도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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