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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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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옆에서는 인부들이 연방 흙먼지로 뿌옇게 된 물과 이물질을 바가지로 퍼낸 뒤 새 지하수로 채워 넣고 있었다. 교외 강가에서 수집한, 예쁜 돌들을 실어 나르는 트럭도 눈에 띄었다.
▽‘대치동의 청계천’=강남구청 녹지과는 5월 말 완공을 목표로 4월부터 ‘도곡천’과 주변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 명칭이 정해지지 않아 ‘남부순환로 실개천’이라는 공사명으로도 통용된다. 이미 물이 채워진 ‘도곡천’은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대치역 사이의 300m 구간에 폭 1.4m 크기로 꾸며진다. 청계천 규모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지만 차도와 인도의 경계에 설치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평당 3000만원이 넘어 ‘서울의 빅3’ 아파트로 불리는 개포우성, 선경아파트 단지의 담과 닿아 있으며 각각 5개의 미니연못과 분수대도 들어서 있다. 도곡역 역사 밑의 지하용출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물을 채우기 때문에 반(半)은 자연천이다.
도로 쪽에는 일반 콘크리트와 모래를 반씩 섞어 만든 ‘점토블록’을 깔아 산책로를 조성했고 아파트 단지 쪽에는 줄사철나무 측백나무 잣나무 등 높이 3∼5m 나무 400여그루와 다양한 색상의 화초들을 심어놓은 상태. 구청에서는 관리 추이를 봐서 복원될 청계천처럼 개구리 같은 생물도 방사해 작은 ‘동물 생활서식처’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도곡천’ 주변 조경작업 예산은 7억500만원. 서울 다른 구(區)들의 1년 조경예산이 평균 20억∼30억원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액수다. 매일 2명의 전담 관리요원이 주변정리와 ‘물 관리’를 하고 있다. 구청에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 등을 열어 6월 말쯤 개천의 이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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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에 반영될까=지방자치단체가 밝힌 도곡천 녹지공간 조성의 목표는 도심 속 자연친화 공간을 많이 만들어 주민 복지의 질을 높이자는 것.
일부에서는 주택거래신고제 실시 등으로 구민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여론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구청이 나서서 유력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관리’를 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도곡천’ 주변 일부 대형 평형 가구들은 최근 몇 주 새 극심한 거래부진 속에서도 호가가 3000만∼4000만원 상승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앞으로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이 지방세로 편입되면 ‘녹지 인프라 혜택’도 구별로 차이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구청 녹지과 권세동(權世東) 조경팀장은 “당초 남부순환로 녹지조성공사의 하나로 진행된 사업”이라며 “친수(親水)공간 조성을 위해 지하용출수가 나오는 입지를 찾던 중 도곡역 인근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돼 사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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