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우지사 퇴장’이 남긴 것

  • 입력 2004년 4월 28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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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확정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우근민(禹瑾敏) 전 제주지사가 28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쓸쓸히 퇴장했다.

우 전 지사는 이날 “제주를 향한 애정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라며 “공직자들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도민과 함께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는 평범한 진리가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도청의 각 부서를 돌며 일선 공무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우 전 지사는 관선 지사(1991.8∼1993.12)와 민선 2기 지사(1998.7∼2002.6)를 거쳤으며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결국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도정을 이끌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제주 4·3사건 명예회복, 지역항공사 추진, 컨벤션센터 개관과 국제회의 산업 육성, 스포츠산업 육성 등 굵직한 사업을 펼치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행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3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신구범(愼久範) 전 제주지사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주민들을 분열시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제주도교육감에 이은 우 전 지사의 ‘퇴장’으로 제주지역은 도정과 교육계의 수장이 모두 공석인 상태가 됐다. 둘 다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벌어진 것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경우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제주도교육감 보궐선거는 5월11일, 제주지사 재선거는 6월5일 치러진다. 17대 총선을 포함해 제주지역은 올해 상반기 내내 선거와 그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도정과 교육계마저 제자리를 찾지 못해 지역주민들도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와 유권자들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같은 비용을 또 다시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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