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과외받은 서울출신 보다 郡지역 학생이 면접 잘봐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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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시 면접에서 군(郡) 지역 등 시골 출신 학생들이 서울지역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면접 점수 때문에 당락이 뒤바뀐 경우도 1단계 합격자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최초 공개된 ‘2004학년도 서울대 정시 1단계 합격자 면접 점수’ 자료에 따르면 인문계열의 경우 군지역 출신 남학생의 면접 평균점수가 서울 전체 평균보다 1.01점, 여학생은 0.41점 높게 나타났다. 자연계열 역시 서울 전체 평균에 비해 시골 출신 남학생이 0.32점, 여학생이 0.73점 높았다.》

서울대는 정시 1단계 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 전형(300점 만점)에서 수능성적, 교과영역, 비교과영역, 면접 및 구술고사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 중 면접 및 구술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점.

서울대 입시관계자는 “1단계 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의 성적이 비슷하기 때문에 면접에서 0.1점 차로도 떨어질 수 있다”며 “1점이면 매우 큰 차”라고 말했다.

▽강남북 차이 없어=서울지역만 볼 때도 그동안 사교육 효과 등으로 면접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강남 서초 송파지역 학생들과 강북지역 학생들의 면접점수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인문계의 경우 남학생이 강남이나 강북 모두 여학생을 포함한 서울 전체 평균보다 0.19점 낮게 나타났다. 반면 여학생은 강남이 서울 전체 평균보다 0.29점, 강북이 0.30점 높았다. 광역시 출신 남학생은 서울 전체 평균보다 인문계 0.69점, 자연계 0.42점이 낮았다.

여학생은 지역과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수들은 “최근 여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우수하고 남학생보다 차분하게 면접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반적으로 언어 능력이 약간 더 뛰어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목고 우세=고교 유형별로는 인문계의 경우 일반고에 비해 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2.24점, 외국어고 출신 학생들이 1.58점 높았으며 자연계는 과학고가 1.30점, 외국어고가 0.89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대 윤명환(尹明煥)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자연계열의 경우 원래 뛰어난 수리력을 소유한 학생이 과학고에 진학하는 데다 특목고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범위나 깊이가 일반고 학생들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수생의 경우 졸업예정자보다 인문계는 0.01점, 자연계는 0.35점 높은 데 그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면접과외’ 도움 안 돼=면접관으로 참여한 서울대 교수들은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티가 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면접 대비 ‘100개 문답세트’를 학원에서 외우고 오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경우 정답을 말하기보다는 외운 것을 문제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인문대 김현균(金賢均) 교수는 “인문대의 경우 책을 많이 읽어 폭넓은 교양을 가진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자기 지식’을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자연대 정해진(鄭海鎭) 교수는 “출제 당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이 강남 학원가에서 돌고 있는 예상문제를 배제하는 것이었다”며 “학생들은 평소 실력을 쌓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대 구대환(丘大煥) 교수는 “강남 학원에서 잘 다듬어지고 완성된 ‘작품’같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더 깊이 캐묻게 된다”며 “우리는 학생들이 면접 과외를 할 시간에 인생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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