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금자/나이차별 논쟁

  • 입력 2004년 3월 7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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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나이차별을 금지하는 추세로 나가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도 2000년 나이차별 금지 지침을 마련해 회원국들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나이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가장 일찍 제정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67년에 나이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나이를 이유로 채용을 거부 또는 해고하거나 근로조건, 복지혜택 등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한 적용 대상은 ‘40세 이상의 근로자’이다.

▷지금까지 나이차별 소송의 형태는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이든 사람을 젊은 사람에 비해 우대하는 역차별 문제’가 논쟁이 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은 나이 역차별에 대해 최초의 판결을 선고했다. 어떤 회사가 퇴사 때 50세 이상의 근로자에게만 종신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노동조합과 합의했는데, 결과적으로 40대 근로자 수백명이 혜택에서 제외돼 나이 역차별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1심에서는 나이차별이 아니라고 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나이차별이라고 했고, 연방대법원은 나이차별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그 이유는 나이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나이차별이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일 뿐 우대하는 것은 해당하지 않으므로 같은 법의 보호 대상인 40세 이상의 근로자 중에서 나이가 더 많은 근로자를 우대한 것은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이차별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최초로 규정한 것은 2001년에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다. 나이 등을 이유로 취업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불리하게 차별받은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고 소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는 나이차별 현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20, 30대 젊은층이 취업연령 제한으로 취업기회를 박탈당하는 나이차별 문제와 40대 이후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고 우선해고의 대상이 되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나이차별 현상이 이렇듯 심한데도 외국처럼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과 같은 권리구제 조치가 드문 것도 이례적이다.

배금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bae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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