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 최고]연수3동 대림아파트

  • 입력 2004년 2월 9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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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 오랜만에 보는구나.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노인)

“예, 할아버지. 요즘 날씨가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초등학생)

인천 연수구 연수3동 연수1차 대림아파트 주민들은 승강기를 타는 일이 즐겁다. 승강기에 타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는다.

이 아파트 부녀회는 2001년부터 주민을 대상으로 ‘승강기에서 이웃끼리 인사합시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얼굴은 본 적이 있지만 쑥스러워 아무 말 없이 승강기 벽만 바라보다 문이 열리면 타고 내리는 주민들의 행동을 바꾸고 좋은 공동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또 부녀회는 ‘이 달의 좋은 시’를 선정한 뒤 그림과 함께 예쁜 글씨로 적어 승강기에 붙여놓는다.

‘우리 아파트의 새로운 식구가 된 000씨 가족의 입주를 축하합니다. 꼭 부자 되세요.’

새로운 주민이 이사 오는 날에는 각 동(棟)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어김없이 붙는다.

이 아파트 단지에 심어져 있는 모든 나무에는 관리를 맡은 주민의 이름표가 달려 있다. 관리담당 주민은 비료를 주고 병충해가 생길 기미가 보이면 농약을 뿌리는 등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다.

주민들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직거래 장터를 통해 값싸고 싱싱한 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부녀회가 충남 홍성군 월산리와 자매동네 결연을 맺어 쌀과 야채, 과일 등을 직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사랑의 쌀 모으기 운동’을 통해 거둔 쌀과 바자회 등을 열어 마련한 수익금으로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탈북자 가정을 돕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야외영화제가 열린다. 103동 뒷벽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것.

가을에는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참가해 글짓기 실력을 겨루는 백일장도 열린다.

아파트 입구 관리사무소 건물에 있는 노인정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우리고장 역사 알기 교실’이 운영된다. 이 교실에서는 노인들이 인천의 역사와 지명의 유래 등을 어린이가 알기 쉽게 설명한다.

부녀회 김순식 회장(66)은 “공동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부녀회 활동의 목적”이라며 “주민들이 함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아리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지어 1993년 5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24, 32평형 7개동, 640가구로 구성돼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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