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기관사 ‘공황장애’ 첫 산재 인정

  • 입력 2004년 2월 9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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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관사의 ‘공황장애’가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서울 도시철도공사(5∼8호선) 소속 기관사 김모씨(33)가 공황장애를 이유로 낸 산업재해 신청을 지난달 10일 받아들였다고 9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지하철을 운전하던 중 갑자기 혈압이 오르고 구토가 나면서 열차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나오자 지난해 11월 산재를 신청했다.

공황장애는 실제적인 위험대상이 없는데도 공포감을 느끼는 정신적인 발작 증세로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서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단 지하철 자살사고로 기관사들이 ‘자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공황장애가 직업병으로 인정됨에 따라 기관사들의 산재 신청이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김씨 외에 의료기관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기관사가 6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도 산재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 정신과 진료를 받다 지난해 8월 자살한 기관사 2명에 대해서도 공황장애로 인한 사망인지 확인한 뒤 산재를 신청하기로 했다.

노조측은 “사상 사고를 겪은 기관사는 한두 달 일을 못할 정도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지만 3일간 특별휴가만 주어질 뿐 정신치료 등 사후관리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산재 인정을 계기로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지하철과 철도 기관사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인제대가 만든 ‘도시철도 노동자들의 건강실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45.2%가 만성피로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있으며 48.2%는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 도시철도공사와 지하철공사, 철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지하철역 추락사고는 119건으로 67명이 숨져 5일마다 한 명꼴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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