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가스통… ‘農心폭발’…여의도 1만여명 격렬시위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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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물대포를 쏘는 경찰에 맞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연합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물대포를 쏘는 경찰에 맞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연합
《9일 국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무산됐으나 농민 1만2000여명(경찰 추산)은 이에 앞서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전국농민결의대회’를 열고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액화석유가스(LPG) 통과 전경버스 타이어에 불을 붙이는 등 과격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전경과 농민 수십명이 부상했다. 농민들은 또 여의도 동아문화센터 건물 유리창 수십장을 깨고 본보 취재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농민들은 비준안 처리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후 11시경 간단한 정리 집회를 가진 뒤 곧바로 해산했다.》

▽결의대회와 시위=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7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상임대표 송남수)와 86개 시민단체 소속 회원 1만2000여명은 이날 390여대의 버스로 상경해 오전부터 여의도 문화마당에 집결했다.

송 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FTA 협정을 체결하면 농업 부분의 피폐는 뻔한 일”이라며 “농업을 팔아 나라의 부를 이루는 것은 천박하고 가벼운 자본의 논리”라고 비난했다.

▶농민들 'FTA 반대' 격렬 시위 사진보기

이들은 오후 4시경부터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깨진 보도블록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농민들은 리어카에 불을 붙인 뒤 이를 앞세워 경찰에 돌진했고 전경버스 타이어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또 몇몇 농민들이 미리 가져온 LPG 가스통에 불을 질러 터뜨리려 했으나 경찰이 황급히 진화에 나서 폭발하지는 않았다.

시위 농민들은 인근 동아문화센터 주차장에 주차해 있던 차량 30여대의 유리창을 깼으며 문화센터 건물을 향해 돌을 던져 유리창 수십장이 깨졌다. 또 농민들은 문화센터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본사 출판국 취재차량에 불을 질러 차량이 전소됐으며,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가 취재 도중 헬멧에 돌을 맞아 부상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87개 중대 1만1000여명의 경찰력을 여의도 일대에 배치하고 농민들의 국회 진출을 막았다. 또 경찰은 집회 직전 문화마당에서 각목 20여개와 빈병 150개, 성조기 등을 압수했다.

▽비준안 처리 무산 반응=시위 현장의 농민들은 비준안 처리 무산에 대해 “투쟁의 성과가 있었다”고 반기면서도 앞으로 계속될 정치권의 비준안 통과 시도에 대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충남 보령에서 올라온 김영석씨(43)는 “국회의원들이 국가와 농민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준 것 같아 기쁘다”며 “농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앞으로도 비준안 통과를 막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FTA 비준안 처리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지역의 한 농협 간부는 “어차피 비준안을 없었던 일로 하기란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농민들의 집회가 정부의 대외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도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FTA 비준안 처리 무산은 대외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단 비준안 처리가 무산된 만큼 정부가 농업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농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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