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政敵죽이기 경선자금 수사”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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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조순형 대표(가운데)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민주당은 한화갑 전 대표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경선자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제기자
29일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조순형 대표(가운데)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민주당은 한화갑 전 대표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경선자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제기자
지난해 4월 민주당 대표 경선과정에서의 불법자금 모금 혐의로 검찰이 29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시사함으로써 그동안 사법적 판단의 영역 밖에 있던 당내 경선자금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우선 한 의원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시사는 노무현 대통령 등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및 대표 경선에 참여했던 인사들 대부분이 경선자금의 ‘원죄(原罪)’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곧바로 형평성 논란을 촉발시켰다. 특히 한 의원은 대선과정에서 쌓인 앙금 때문에 결국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 한 의원에 대한 수사는 ‘정적(政敵) 죽이기’가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선자금에 대해서는 이미 노 대통령 스스로 불법성을 인정하는 듯한 고백성사를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경선자금에 관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경선에 들어가는 홍보 기획비용 등 여러가지를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 없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경선자금은) 일반 국회의원 후원금 범위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당시 민주당 후보등록 기탁금이 2억5000만원이었다”면서 “경선이 끝난 뒤 지구당(부산 북-강서을)에서 자료를 다 폐기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자신의 경선비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같은 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만이 “초과 지출했다”고 양심선언을 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에 이어 긴급 심야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민주당 죽이기와 정적 죽이기에 결연히 투쟁하겠다”며 강력히 대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한 전 대표의 경선자금을 수사한다면 경선 승리자인 노 대통령의 경선자금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은 “경선 당시 전당대회 의장이었던 김영배(金令培) 전 의원이 ‘국민경선은 사기극’이라고 했던 것도 결국 끝까지 경선을 벌였던 노 대통령과 정 의장도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개탄이었다”고 가세했다.

추 위원은 “노 대통령 자신도 깨끗하지 못하다고 자인하면서도 민주당을 끝까지 지킨 한 대표는 칼날로 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을 죽임으로써 열린우리당 정 의장을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도록 목욕시켜 주려는 대중독재 방식이다”고 공격했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30일 고건(高建) 국무총리를, 추 위원과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는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장관과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을 각각 항의방문키로 했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포함해 ‘야당 단체장 빼가기’ 등에 대한 공세를 펴기로 했다.

한편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이날 밤 11시반경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대선후보 경선자금과 관련해 2002년 2, 3월 4억원을 받은 것과 대표 경선자금으로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원길(金元吉) 의원이 박문수 하이테크하우징 감사에게서 6억원을 받아 (경선에) 쓴 데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6억5000만원이 내게 오게 된 결정 과정을 몰랐지만 나를 위해 쓰인 돈이므로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나를 위해 도운 분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심사를 받지 않으려 했으나 변호사의 권유로 내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내일 밤은 서울구치소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며 “교양과 수양을 쌓는 기회로 삼겠지만 조순형 대표와 상임중앙위원들께 죄송하다. 국민에게도 죄송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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