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공장 화재] 창문없는 3층건물 출구 1개뿐

  • 입력 2003년 12월 18일 0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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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북 청도군 풍각면 흑석리 대흥농산에서 일어난 화재로 종업원 등 1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시점이 야간이 아니라 주간이었지만 이처럼 인명피해가 큰 것은 건물의 내부 구조가 미로형태로 복잡한 데다 창문이 없는 밀폐된 상태여서 종업원 등의 대피가 어려웠고 유독가스도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불이 날 당시 건물 내부에 있던 종업원 160여명 중 대다수가 하나뿐인 1층 정문으로 대피하면서 건물 내에 쌓아 둔 박스가 쏟아져 아수라장이 된 점도 다수의 실종자를 낸 원인으로 지적됐다.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였던 소방관들은 “내부가 철구조물로 얽혀 복잡하게 돼 있고 버섯재배 상자들이 통로 쪽에 쌓여 있는 데다 우레탄 바닥 등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심해 진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실종자 대부분이 있던 공장 3층 버섯가공 작업실은 소음이 심해 불이 난 것을 미처 몰라 제 때 대피를 하지 못했던 것도 인명피해가 컸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장 직원 허모씨는 “평소 공장 내부에 소음이 심해 화재경보기가 울렸어도 직원들이 소리를 듣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공장은 3층짜리 ㄱ자형 경량 철골구조물로 1층 작업장, 2층 사무실, 3층 배양장으로 돼 있으며 버섯종균 배양을 위해 내부에는 톱밥과 쌀겨 등이 쌓여 있었다. 화재 당시 1층에서는 냉각장을 배양장으로 바꾸기 위해 철구조물 해제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불은 1층 작업장에서 직원 한 명이 산소용접기를 이용, 철구조물을 절단하던 중 불꽃이 주변 인화물질로 옮아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불은 이어 버섯 포장을 위해 1층 출입구 주변에 쌓아 둔 플라스틱 박스로 옮아 붙었고 박스 내부에는 버섯재배용으로 담아 둔 왕겨와 톱밥 등이 많아 불길이 순식간에 번졌다.

불이 나자 건물 2층 이상에 있던 일부 종업원들은 불길을 피해 아래로 뛰어내리다 허리와 발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공장 인근에 사는 농촌 주민들로 거의 일용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실종자 가족들은 “어려운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공장에 다니다 이런 변을 당했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밤 불길이 잡힌 뒤에도 공장 내부에 불씨가 남아 열기가 심한 데다 유독가스가 계속 발생해 실종자 수색작업은 18일 오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를 상대로 용접작업과 관련해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실종자 △이경자 △김이환(47) △김칠태(29) △이순덕(57·여) △조춘자(52·여) △박말자(52·여) △김혜숙(44·여) △차경자(49·여) △심현일(미래산업대표·경기 안양시) △김옥진(41) △배기탁(38) △이승환(46)

청도=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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