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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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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제주시 용담동 허신자(許信子·61)씨가 올해 제주관광대 안경광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허씨는 “아이들과 함께 강의실에 앉아있을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콩닥콩닥 뛴다”며 “수학과 물리를 잘 소화할 수 있다면 큰 문제없이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여고를 한달 가량 다니다 학업을 중단한 허씨는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었다.
허씨는 “당시 친정 부모가 고교 진학을 말렸다”면서 “시집살이를 하면서 감귤농사를 짓고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은 가슴 한구석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4남2녀의 자식 가운데 세 아들을 개업의와 의대교수, 전자공학박사로 길러내고 두 딸을 좋은 집안에 출가시켜 부러움을 사는 허씨는 자식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3년 전 제주제일고 부설 방송통신고교에 등록해 초등학교 수준의 수학과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옛날 학창시절 기억을 되살리며 주경야독(晝耕夜讀)에 몰입한 허씨는 결국 제주관광대 수시모집 합격이란 영예를 안았다.
허씨는 “옆에서 묵묵히 지켜준 남편의 도움이 컸다”면서 “부동산학과와 호텔조리학과 등을 놓고 고민하다 졸업 후 부업이 가능한 안경공학과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주위에서 ‘늙어서 주책’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청춘을 다시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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