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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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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 방향으로 대기하고 있던 고급 승용차들이 직진신호가 켜지자 급하게 국회 의원회관 쪽(제물포로)으로 좌회전을 했다. 이런 승용차들이 신호주기마다 2∼4대가량 됐다.
이 교차로는 양방향 직진밖에 할 수 없으나 이들 승용차는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 틈새 속에서 곡예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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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불과 30분 동안 이런 차량이 20여대나 목격됐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원래 국회 정문 앞까지 50여m를 더 가 U턴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며 “여기서 좌회전해봐야 남보다 2, 3분 빨리 들어가는데…”라며 혀를 찼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은 높다. 취재팀이 지켜본 짧은 시간 동안 이들 차량이 횡단보도 보행자들을 칠 뻔하거나, 맞은편에서 질주해 오는 차량들 사이로 좌회전에 ‘성공’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이어졌다.
이들 차량 대부분은 국회의원 또는 국회 직원 소유로 의원회관에 가장 빨리 들어갈 수 있는 국회 남문을 이용하기 위해 불법운전을 하는 것.
특히 교차로에서 10m 남짓 떨어진 곳에서는 국회 경비대원이 교통경찰관 복장을 한 채 불법 좌회전하는 국회의원 차량에 거수경례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경비대측은 “경비대원에게 교통경찰관 복장을 입힌 것은 업무상 편의에 의한 것이며 국회의원 차량에 경례를 붙이는 것도 예의상 그러는 것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불법운전에 대한 단속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올 1월 서울 영등포서에 이곳을 단속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묵살당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입법기관인 국회 관계자들이 누구보다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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