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교육 부실 학원 탓 아니다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0분


서울시교육청이 벌이고 있는 ‘강남 학원과의 전쟁’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연례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3월에도 심야 불법 고액 과외를 근절한다며 단속을 펼쳤으나 사교육비가 1년 새 38%나 급증(통계청 도시근로자 가구 조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일제단속식의 전시행정은 오히려 고액 개인과외 주말과외 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공교육의 획기적 개선 없이 사교육은 결코 줄거나 근절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들고 사교육비가 공교육비 지출을 넘어선 것은 우리나라 공교육이 교육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교육당국, 특히 연간 3조원의 예산과 4만7000여 교원의 인사권 및 학교 설립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공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부실한 학교교육이 마치 학원 때문이라는 듯이 학원 단속에만 열중하고 있는 듯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처럼 순서가 뒤바뀐 교육정책이 1만4000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뽑힌 ‘민선’ 유인종 서울시 교육감의 잘못된 소신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다. 유 교육감은 고교 평준화 정책과 공교육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강북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를 세우겠다는 서울시 방침에도 반대했다.

그러나 수준 높은 교육만이 인재를 양성하며 이들 경쟁력 있는 인적자본이 국제화시대 국가경제를 이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가 교육개혁에 열중하는 것도 교육과 경제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외면한 채 공교육 수준 높이기보다 학원 단속에나 매달려서야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물론 도를 넘는 강남지역의 불법 고액과외를 마냥 용인해서는 안 된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한건주의식 단속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와 질적 개선이라는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