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부안에 뭣 하러 갔나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0분


진상 조사차 전북 부안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 6명의 활동은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동으로 비쳐 실망스럽다. 조사단장 최명헌 의원은 “현지에 내려와 보니 제2의 동학혁명이 연상되고 광주사태 때보다 경찰의 무력진압이 심하다”며 원전수거물처리시설 건립을 백지화하고 주민투표 연내 수용을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부안 상황을 조병갑 고부군수가 폭정을 일삼아 발생한 동학혁명이나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한 광주사태에 비유하는 것은 주민을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부안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 정책과 접점을 찾아내는 대신에 무조건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도 공당의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민주당 조사단은 주민투표의 연내 실시를 주장했으나 현 단계에서는 이 지역에서 평온과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억압된 분위기에서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의미도 없고 국책사업 수행에 나쁜 선례만 남길 수 있다.

조사단과 별도로 부안에서 활동한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 또한 집권당 시절부터 정부 정책과는 상반되는 주장을 거듭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나라 전체의 틀 속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정 의원도 장기적으로 무엇이 지역구의 발전을 위한 길인지 심사숙고할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포 분위기와 악성 유언비어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주민투표를 한다면 명분을 찾아 물러나겠다는 뜻에 불과하다”며 폭력적 집단행동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부안주민 시민사회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언명한 만큼 본격적인 대화를 통해 사태 수습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전체 전력의 40%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사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민주당은 총선 전략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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