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남용 방지’ 노사입장 팽팽… 비정규 보호입법 제자리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27분


참여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공약이 표류하고 있다.

27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당초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법안 국회제출 목표시기를 연말까지로 수정했으나 자칫하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는 “입법이 늦어지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절망적인 현실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26일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원의 분신은 단적인 예”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입법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사건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는 2001년 7월부터 2년간 기간제(계약직), 파견제, 단시간제(파트타임) 및 특수형태 근로(특수고용직) 등 형태별 비정규직 보호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해 올 7월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논의 경과를 정부에 이송했다.

노사간 이견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대목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할 때 사유를 정할 것이냐 여부와 파견근로 허용업종의 확대 문제.

노동계는 출산 육아 부상 등으로 사업장에 결원이 생긴 경우 등 합리적 사유가 있을 때에만 기간제 근로를 허용해 비정규직 남용을 막자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사유 설정에 반대하고 있다.

파견근로에서도 노동계는 전문지식이나 기술 경험이 필요한 업종 등 ‘합당한 이유’가 있는 업무에 한해 허용하자는 반면 경영계는 허용업종을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으로 전환해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풀자는 입장.

노동부는 기간제 근로의 경우 2년까지는 자유롭게 사용하되 2년이 지난 뒤에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비정규직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하고 파견근로는 법령에 불허업종만 명시하고 현행 불법파견을 양성화하는 대신 불법파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주진우(朱鎭宇) 민주노총 비정규사업실장은 “참여정부가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공약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호근(李浩槿)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비정규직 보호입법 이전에라도 정부는 근로감독을 철저히 하고 노동부 직업상담원, 정보통신부 집배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