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 의원 "SK서 100억 받았다"]한나라 ‘최돈웅 쇼크’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40분


“터질 것이 터졌다.”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21일 검찰에서 SK비자금 100억원의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당직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최돈웅 쇼크’는 당 지도부를 강타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최 의원의 구체적인 혐의내용이 나오지 않아 공식 대응을 자제했으나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 의원 사건의 불똥이 당장 지난해 당의 대선 자금 문제로 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박진(朴振) 대변인을 통해 “지금까지 당 차원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뒤 당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최 의원과 직접 만나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은 특히 최 의원이 받은 SK비자금이 중앙당에 공식적으로 유입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둔 당에 치명적인 ‘악재(惡材)’가 될 것이란 판단 때문에 더욱 검찰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원희룡(元喜龍) 기획위원장은 “문제가 된 돈이 공조직이 아닌 비선조직으로 유입됐을 경우 털고 가면 되겠지만 당으로 들어왔다면 파문 수습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소장파인 이성헌(李性憲) 의원도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고, 박종희(朴鍾熙) 의원은 “(검찰 수사가 사실이라면) 받은 돈을 뱉어내야지”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한편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측은 난감해하는 반응이었다. 최 의원이 이 전 총재의 고교 동창이자 핵심 측근인 데다가 이 전 총재가 귀국 직후 “SK비자금의 대선자금 유입은 있을 수 없다. 문제가 생겼다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검찰 수사에 공개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접촉이 되지 않았다. 다만 그와 가까운 김기배(金杞培) 의원은 “이 전 총재가 그 사실을 알고 있겠느냐”고 말을 흐렸다. 다른 측근도 “이 전 총재는 최 의원 사건의 전모를 모르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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