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지역축제, 量보다 質 생각할때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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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전국에서 지역축제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천은 ‘문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화행사가 많이 열린다. 최근 ‘부천만화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부천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는 루미나리에 축제가 열렸다. 11월에는 ‘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시민을 위한 축제인 ‘복사골 예술제’ 등을 통해 문화도시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는 10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모든 행사가 지역주민의 자부심과 만족감을 동시에 높여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문화행사가 많다고 문화도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경험이 어우러져 역사성을 획득할 때 살아있는 문화도시가 된다. 프랑스의 아비뇽, 독일의 바이로이트 같은 도시가 문화도시로 유명한 것은 문화행사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진 결과다.

즐길거리가 없어 지루했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공급이 수요를 한참 앞질러가고 있다. 그동안 양적인 팽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질적인 측면에 매달려야 할 단계다.

자신이 누릴 권리를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는 행사에 참여했을 때 만족도는 더 높아진다. 다시 말해 부천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성장하려면 격조와 품격을 제대로 갖춘 축제나 행사가 필요하다. 기획자는 주민이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지 ‘축제를 만들어 주었으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입장을 가져서는 안 된다.

문화행사에 대한 가치의 중심을 행사나 참가 인원의 수를 헤아리는데 둘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질 높은 내용에 둬야 한다. 또 이를 지원하는 행정기관도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축제를 진행해야 한다.

성수열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greenssy@b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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