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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7일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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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사는 이융상(李隆祥·64) 노춘자(盧春子·63)씨 부부. 이들은 지난주 열린 경상북도 여성대회에서 평등부부상을 받았다. 7일 오후 왜관 집에서 만난 부부는 평등 불평등 같은 말을 쓰는 게 어색할 정도로 그냥 좋아 보였다.
“요즘 주위 친구들이 나더러 변했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너무 잘해주는 것 아니냐고 해요. 함께 사는 부부가 작은 일도 의논하고 서로 돕는 게 뭐 이상합니까. 나이 60을 넘기니 그런 생각이 더 듭니다.”(이씨)
부부는 24세 때 대구에서 친척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38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더러 싸우기도 했지만 ‘물건을 집어던지는’ 싸움은 없었다고 한다.
“70년대 남편이 칠곡청년협의회 초대 회장을 했어요. 당시 만해도 이런 모임에는 대부분 남자들만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꼭 부부동반을 고집했어요. 억지로 끌려나가다시피 하면서 모임에 같이 나가곤 했는데 점점 부부동반 모임이 퍼졌어요. 평등이니 하는 말은 없었고 그냥 부부동반으로 모이니까 모임이 더 잘됐습니다.”(노씨)
80년대 칠곡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던 이씨는 주유소와 새로 지은 집을 모두 아내 앞으로 등기를 했다. 덕산 이씨 종손인 이씨는 집안에서 “왜 여자 앞으로 재산을 주느냐”는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재산은 두 사람이 거의 절반씩 따로 등기를 해뒀다. 집안일도 나눠 남편은 청소와 빨래, 아내는 식사와 설거지를 한다. “아이 낳고 함께 사는 부부니까 당연하다”는 것이다.
모두 결혼한 자녀(2남 1녀)들도 부모의 영향을 받아 재산은 부부 공동명의로 등기하고 집안일도 함께 한다.
“맞벌이를 하는 서울 막내 아들집에 올 봄 갔더니 집이 엉망이었어요. 여자가 집안일을 다해야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아들을 나무랐습니다. 남자니까 집안일은 안 해도 된다는 식이었어요. 얼마 전 갔더니 집안이 아주 달라졌더군요. 며느리가 좋아합디다.”(이씨)
이씨 부부는 웬만한 집안일은 가족회의에 붙인다. 혼자 결정해버리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가정의 화목도 깨진다는 것이다. 가족이 모여 의논하면 양보심도 생기고 가정이 잘된다는 게 이들이 깨달은 지혜다.
“부엌일도 해보니까 쉽지 않아요.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요즘 부쩍 깨닫습니다. 고맙지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까 생각이 듭니다.”(이씨)
“이 사람이 요즘 들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해요. 살아오면서 서운했던 것도 많았는데 이런 말 들으니 기분 좋고 든든하네요.”(노씨)
칠곡=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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