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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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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1992년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시작해 ‘난센스’, ‘난타’ 등의 뮤지컬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가 유기(遺棄) 동물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 동물보호단체의 권유를 받아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문득 유년시절 자신과 약속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동물을 무척 좋아했는데 어느 날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다가 개고기를 파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어른이 되면 꼭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생각했지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을 접은 그는 이때부터 옷가게 등을 운영하며 생긴 수익 중 일부를 보태 버려진 동물을 돕기 시작했다.
그러나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버려지거나 주인의 부주의로 길을 잃은 동물이 너무 많아 혼자의 힘으론 벅차다는 걸 알았다.
이에 박씨는 인터넷에 협회 사이트를 만들어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현재 회원수만 6500여명에 이른다.
박씨는 유기 동물을 데려다가 치료한 뒤 건강을 되찾으면 돌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입양을 주선하고 있다.
입양 조건은 엄격하다. ‘수명을 다할 때까지 보호하고 협회 동의 없이 팔거나 다른 주인에게 넘기지 않는다’는 등의 조항을 약속해야 한다.
지금까지 470여마리의 유기 동물을 구조했으며 이 가운데 390마리가 입양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구조한 동물의 97%는 개이고 나머지는 고양이나 새 등이다. 입양 주선료로 받는 7만원은 전액 병을 앓고 있는 동물을 치료하는데 쓴다.
올 7월에는 건설업체를 경영하는 한 회원의 도움으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있는 강산빌딩 7층에 사무실도 냈다. 이 빌딩 2층에 있는 협회 부속 병원인 ‘CARE 동물병원’을 비롯해 전국의 8개 병원이 연계병원으로 가입해 유기 동물을 치료하고 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정부가 엄격한 동물보호법을 제정하고 유기동물보호소를 확대해달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32-323-0597
부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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