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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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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구교육과학연구원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 전국 권역별 ‘교육현장 안정화 대토론회’.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는 작심한 듯 “오늘은 인사말을 길게 해야겠다”며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윤 부총리는 교원과 학부모 등 4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신과 반목을 없애자”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교육부가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책상에 앉아 정책을 짰다”면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감 있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현장 목소리’를 강조한 윤 부총리는 정작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토론 현장’을 떠났다. 행사 관계자는 “부총리가 유니버시아드 선수단 격려도 해야 하고 일정이 바쁜 것 같더라”고 했다.
교육부총리가 사라진 뒤 진행된 ‘대토론회’는 하나 마나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주제발표를 한 한 교수는 “교육 주체들이 상생(相生)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화와 타협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전교조 대표로 나온 한 교사는 “전교조의 연가투쟁은 매우 정당한데도 일부 언론이 국민을 호도하면서 전교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교조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자 방청석에서는 “이게 무슨 토론이야” 하는 항의성 불만이 터져 나왔다.
토론회 도중 참석자들은 허탈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토론회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왔는데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토론회를 100번 해 봐야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윤 부총리는 이날 저녁 토론회 참석자들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대토론회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했다”는 학부모 대표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학부모 대표와 전교조 대표는 식사 자리에서도 ‘갈등’을 드러냈다. ‘누가 학생을 진정 사랑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학부모측이 “당연히 학부모가 학생을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자 전교조측은 “전교조가 학생을 가장 사랑한다. 그러니까 학생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고 맞받았다.
‘교단 안정화’는커녕 교육 주체들의 갈등만 더욱 증폭시킨 듯한 토론회였다.
<대구에서>
이권효 사회1부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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