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경찰 없어요” 동시다발 집회에 발 동동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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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시위 현장에 보낼 경찰력이 없다.”

21일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 소식이 들려오자 경찰 간부들이 내뱉은 말이다.

경찰 간부들은 “현재의 경비 경찰력으로는 화물연대 파업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시위현장에서 각종 폭력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찰이 이런 하소연을 하는 이유는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터지는 집회와 시위, 국제대회 등으로 가동 경찰력이 바닥났기 때문.

현재 일선에 투입돼 있는 전·의경은 200여개 중대 2만여명.

21일 개막된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이달 말까지 계속되고 전북 부안군민의 핵폐기물 처리장 반대 시위도 수그러들 조짐이 안보인다. 여기에 광복절 이후 계속된 보수-진보단체의 각종 시위, 미군 사격장 기습 시위 등에 대한 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철야근무를 하거나 차 안에서 ‘토막잠’을 잔 뒤 다시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투복을 빨지 못해 옷에서 쉰내가 나고 감기 등 각종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일선에서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찰청 윤시영(尹時榮) 경비국장은 “경비경찰들이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게 근무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굵직한 사안이 이어지고 일부에서는 경찰력을 더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하루 평균 500여건의 집회신고가 들어온다”면서 “전·의경들의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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