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국 판사와의 대화']"파문 확대 得없다" 조기 봉합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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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법원행정처장(왼쪽)이 ‘전국 판사와의 대화’를 주재하기 위해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4층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전영한기자
이강국 법원행정처장(왼쪽)이 ‘전국 판사와의 대화’를 주재하기 위해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4층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전영한기자
18일 열린 ‘전국 판사와의 대화’에서 격론 끝에 대다수 판사들이 대법관 후보자 인선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아 이번 대법관 제청 파문이 사실상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판장을 주도한 일부 판사들이 추가적인 집단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사태 해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장파 판사들의 향배 및 법원 내부의 갈등 등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법원 내 위기의식 작용=대다수 법관들이 이날 회의에서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 판사들은 일부 판사들이 대법원의 결정에 반대하며 연판장 서명에 나서자 사태를 관망하며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관망파 판사들의 70∼80%는 대법원장이 의중에 두고 있는 대법관 후보자 3명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관 제청 파문이 법원의 위상 추락 및 사법부에 대한 외부 입김 작용 등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관망파 판사들이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법원의 기능과 대법관의 자격에 관한 대법원 수뇌부와 소장파 법관간의 인식차 때문에 빚어진 이번 사태가 자칫 해법을 찾지 못한 채 9월 퇴임하는 서성(徐晟) 대법관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고 상당 기간 계속될 조짐마저 보였다.

따라서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에게 ‘사법부의 내분’ 또는 ‘법원 내부의 자리싸움’으로 비쳐져 법원의 위상은 그만큼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회의에 참석한 판사들에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의에서 대법관 제청의 재고를 촉구한 판사들이 자신들의 문제 제기가 외부에서 보수와 혁신의 대결로 받아들여져 국민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또 이번 파문이 청와대 등 법원 외부 세력과의 갈등으로 비화될 경우 사법부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같은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법원에서는 외부 세력이 법원 내 갈등 관계를 이용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대법관으로 임명했을 경우 사법부의 독립은 요원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파문 진정 전망=대다수 관망파 판사들이 대법원의 방침을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서명파의 명분과 입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법관 제청 반대 서명을 주도했던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李容九) 판사는 “논의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며 개인적으로 추가 행동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대법원장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에 추천한 세 명 중 한 명이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법원이 서명파를 포용하겠다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서명파의 주장이 어떤 형태로든 법원 개혁 방안에 상당 부분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위원이 이미 선정된 대법관 후보군에 대해 의견만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을 재검토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소장파 판사들이 제기한 문제점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조만간 밝힐 예정이다.

최 대법원장도 이번 파문이 일단락된 뒤 다소 파격적인 의견을 전국 판사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수뇌부는 조직의 안정 차원에서 법원 개혁을 주장한 소장파 판사들의 행동도 ‘충정어린 의견’으로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이견이 잠시 봉합된 데다 서명파 판사들도 쉽게 목소리를 낮출 가능성이 적어 논란의 불씨는 언제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또 최 대법원장이 기존의 방침대로 대법관 제청을 할 경우 청와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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