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우리 도지사 어디 있나요?"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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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우리 도지사 본 사람 없소?’

경남의 한 주민 이모씨(55)는 13일자 경남도민일보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김혁규(金爀珪) 지사를 비판했다. 글의 요지는 ‘부산, 진해 신항만’의 명칭 문제 등 현안이 쌓여 있는데도 김 지사가 앞장서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이씨는 이어 “우리가 도지사를 목격하는 곳은 ‘격전지’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을 위한 충성경쟁의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11일 휴가차 경남을 찾은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 곁을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이날 오전 YS가 도착한 김해공항에서부터 YS의 부친 홍조(洪祚)옹 자택 방문과 오찬, 그리고 거제에서의 만찬에 이어 숙소에도 같이 머물렀다. 그는 15일 YS가 부산에서 상경할 때도 배웅할 것으로 알려졌다.

YS의 고향 방문을 영접한 사람은 김 지사 뿐이 아니었다.

배한성(裵漢星) 창원시장과 황철곤(黃喆坤) 마산시장, 김병로(金炳魯) 진해시장도 홍조옹의 마산 집을 찾아 인사하고 점심을 함께 했다. 배 시장은 민원 해결을 요구하며 시청을 찾은 주민들을 뒤로했고, 김 시장은 휴가지인 산청에서 달려왔다.

12일에는 김동진(金東鎭) 통영시장이, 13일에는 김한겸(金汗謙) 거제시장이 YS를 위한 만찬을 마련했다. 14일에는 이영신(李榮信) 거제시의회 의장이 주관하는 오찬도 계획돼 있다.

김 지사와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의 YS ‘집단 영접’과 ‘과잉 예우’는 이번 뿐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눈총을 받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무를 수행하는 단체장들이 일과 시간에 전직 대통령 영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잇따라 오, 만찬을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네티즌은 “김 지사가 자신을 정치인으로 길러준 전직 대통령이 고향을 방문할 때 1, 2일 수행하는 일을 나쁘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YS의 이번 경남 방문은 휴가와, 자신이 직접 쓴 거제 해금강의 휘호비 제막식 참석 등이 주목적이지만 지역 인사들과 폭넓은 접촉을 하는 점 등으로 미뤄 내년 거제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차남 현철(賢哲)씨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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