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학교서 벼농사' 여수 양지초 학생들

  • 입력 2003년 7월 21일 21시 52분


코멘트
“벼를 키우다 보니 쌀의 소중함을 알 것 같아요.”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전남 여수시 미평동 양지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만들어진 ‘꿈나무 벼사랑 체험 농장’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가꾸는 농장이다. 면적은 10여평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의 땀과 정성이 배인 벼 170여포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벼를 심어놓은 가로 80cm, 세로 120cm 크기의 플라스틱 포트는 5월 초 여수농협이 ‘산(産)·학(學) 협력’ 차원에서 무료로 준 것.

학교측은 5학년 한 반을 정해 농장을 맡겼다. 5학년 6반 42명의 학생들은 5월 말 벼 포트에 황토와 물을 채운 뒤 ‘모내기’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모가 잘 자라도록 매일 아침 등교하자마자 물을 주고 잡초를 뜯어주면서 관찰일기를 쓰고 있다. 학생들이 관찰일기에 벼의 생육상태를 체크하고 의문사항을 적어 제출하면 김순철 담임교사(58)가 그때마다 궁금증을 풀어준다.

학생들은 지난 주 학급회의를 열어 여름방학 기간 중 벼 재배 방법을 논의한 끝에 매일 2명의 당번을 정해 벼를 가꾸기로 했다. 또 10월 말에는 거창한 ‘추수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반장인 박웅희군(12)은 “옛 농기계인 홀태를 이용해 벼를 수확한 뒤 그 쌀로 떡을 만들어 전교생들과 나눠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벼 농장이 학교의 명물이 되면서 여수시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김순철 교사는 “도심 학생들 가운데 쌀이 나무에서 열리고 깻잎을 나뭇잎으로 잘못 알고 있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며 “벼 농장이 학생들의 생태학습 공간이자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의 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