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두달전 北송금 합의

  • 입력 2003년 6월 9일 0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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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으로 송금된 5억달러는 박지원(朴智元)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비서실장과 송호경(宋浩景)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위원장,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장 등이 참석한 남북정상회담 준비모임에서 결정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특검팀과 현대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북 송금은 2000년 3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2차 예비접촉에서 잠정 합의됐으며, 송금 액수를 놓고 북한측과 줄다리기를 벌이다 4월 8일 4차 베이징 비밀접촉에서 최종 결정됐다.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으로 송금된 돈의 규모와 명목에 대한 합의과정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 조사 결과 대북송금 액수가 잠정 결정된 2차 준비모임에는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송호경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 등 3인 외에도 황철 조선아태위 실장과 이익치(李益治) 당시 현대증권 회장도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전 비서실장과 송 조선아태위 부위원장간에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예비접촉에는 이익치 회장이 현대측 대리인으로 매번 참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올 2월 14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한 직후 임동원(林東源) 전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가 “현대는 양측의 만남을 주선했을 뿐 협상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특검팀은 조만간 박 전 실장과 이 전 회장을 소환, 대북송금과 관련해 북측과 논의한 구체적인 내용과 임 전 특보 등 정부가 현대의 개입 사실을 감춘 이유를 추궁할 방침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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