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조만간 공공장소 알몸시위·누드비치 생길 수도

  • 입력 2003년 6월 5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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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간 공공장소 알몸시위·누드비치 생길 수도

그러나 요즘 이 운동은 일상에 지친 중상류층의 쾌락추구형에서부터 억압적인 기존 질서를 조롱하는 히피형, 단순히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목적인 일광향수형까지 다양한 형태로 퍼져 있다. 최근 국내의 누드 열풍에도 이처럼 다양한 현상이 한데 엉켜 있고, 각기 다른 목적이 개입돼 있다. 어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옷을 벗고, 또 어떤 이들은 예술작품의 오브제로 사용하기 위해 옷을 벗는다. 전성기 때의 아름다운 몸매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혹은 포르노그래피를 위해, 그리고 일시에 큰돈을 벌기 위해 옷을 벗는다.

자신과 부인의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정직 처분까지 받았던 미술교사 김인규씨나, 여고생의 치부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통해 세상에 대한 반항과 절망을 표현한 화가 최경태씨 등은 누드에 나름의 정치적 함의를 담으려 했던 이들이다. 김씨는 인위적인 해석이 들어가 왜곡되는 누드와 있는 그대로의 몸(naked)의 차이를 묻고자 했고, 최씨는 자본주의가 명품을 사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학생들을 양산한다는 점을 꼬집고자 했다.

전문적인 누드모델들은 자신들의 몸이 예술작품에 쓰인다는 데서,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누드가 포르노가 아니라 예술행위라는 점과 젊었을 때의 몸매를 사진으로 남긴다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연예인들의 경우 그 기저에는 돈과 꺼져가는 인기를 되살리고픈 열망이 깔려 있기도 하다.

자칫 누드 열풍이 예술적으로 승화되지 못한 이미지만을 양산할 경우 그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은 애초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인터넷 등을 통해 널리 유통되면서 포르노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어떻게 쓰이느냐는 문제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음란 누드카페도 누드 열풍의 부정적인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누드 열풍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우리나라는 성형이나 건강식품 등 유난히 몸 관련 산업이 활성화돼 있지만 벗은 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터부시해왔다”며 “이제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이런 금기마저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요즘 성에 대한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최근의 누드 열풍은 디카나 인터넷을 통해 수면 밑에 있던 성의식이 한꺼번에 노출되는 과정일 뿐 새로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의 성의식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 이런 과정을 거쳐 언젠가 보수적인 우리의 성의식이 더욱 개방된다면 외국에서처럼 반전이나 환경 등 사회적 이슈를 알리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알몸시위가 벌어지기도 하고, 또 동해안 어디쯤에는 누드비치가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겉으로는 보수적이고 건강한 듯하지만 실제 그 뒤안을 들여다보면 이중적인 성의식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에서 누드 열풍이 어떻게 건전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현상 주간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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