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교사들 업무거부 움직임…교육부 NEIS 번복방침 반발

  • 입력 2003년 5월 2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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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 이군현 회장(왼쪽)과 한국교원노동조합 류명수 위원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교육부총리 퇴진과 교육정책 불복종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종승기자
한국교총 이군현 회장(왼쪽)과 한국교원노동조합 류명수 위원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교육부총리 퇴진과 교육정책 불복종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종승기자
《교육인적자원부가 26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방침을 번복하자 교원단체가 반발하고 일선 정보담당 교사들이 업무 거부운동 움직임을 보이는 등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비롯한 진보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우선 일선 학교의 정보담당 교사들은 교육부의 결정에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 D고 손모 교사(50)는 “교육부의 결정을 듣자마자 교장실로 달려가 정보부장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몇 개월 동안 고생한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권도 모르는 교사’가 돼버린 점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 S고 박모 교사(52)는 “교육부가 기존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서버 재활용 대책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CS서버가 없거나 기종이 낡은 경우 CS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한 학교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전교조 간부들이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실행 연기 방침을 전해 듣고 박수를 치며 환영하고 있다. -이훈구기자

이 밖에도 “CS로 돌아간다면 교사의 잡무를 줄이려 했던 NEIS의 본래 뜻은 온 데 간 데 없고 교사가 전산직원 역할까지 떠맡아야 할 상황”(이모 서울 K고 교사·49)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일선학교 정보담당교사로 구성된 전국교육정보담당자협의회는 “CS로 돌아갈 경우 학사관리에 엄청난 혼란이 초래되고 오히려 CS가 보안성이 더 취약해 인권침해 문제를 안고 있다”며 “앞으로 2, 3일간 NEIS에서 CS로의 업무이관을 거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성명에서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무소신, 무책임, 무원칙 행정의 표본”이라며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퇴진 촉구와 CS업무 거부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교총은 교육부측에 일체의 협상 진행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 탈퇴, CS업무 및 정부정책 협조 거부, 대대적인 정책 불복종운동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도 이날 ‘교육부 NEIS 중지 경악’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와 윤 부총리를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며 학부모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도 이날 교육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인터넷 정보보안업체 씨큐아이닷컴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CS시스템은 별도의 관리자가 없어 해커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도용해 자료를 빼 갈 수 있는 약점이 있다”며 “교육부 결정에 따라 CS시스템을 쓰려면 보안시스템을 강화하고 전문관리자를 배치해야 하는데 학교 사정상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는 26일 청와대 근처 서울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정보 인권의 새로운 척도를 제시한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이를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11일간 (이곳에서) 계속됐던 위원장 및 시도지부장단의 단식농성을 해제하고 28일의 조합원 집단연가와 NEIS 불복종운동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교육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존중해서 NEIS체제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는 “새로 구성될 정보화위원회에서는 인권위가 사생활의 비밀 보호라는 가치를 존중해 권고했던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부와 전교조의 합의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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