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母女 ‘30년 행패 아버지’ 살해

  • 입력 2003년 5월 21일 23시 50분


30여년간 술에 취하면 행패를 부리고 가족을 죽이겠다고 위협하던 가장을 부인과 두 딸이 질식사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부인은 1971년 중매결혼 이후 마땅한 직업이 없던 남편의 주벽에도 불구하고 봉제공장과 식당 등에서 일하며 3명의 딸을 모두 대학에 진학시켰다.

서울 남부경찰서는 21일 술주정을 하며 행패를 부리던 남편을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정모씨(53·여)에 대해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을 도운 정씨의 딸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범행을 말리지 않고 지켜보던 딸 1명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1일 오전 2시반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신의 집에서 남편 조모씨(56·운동기구 배달원)가 만취해 “집에 불을 지르겠다”며 4시간여 동안 난동을 부리자 이불로 남편의 얼굴과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딸은 발버둥치는 아버지의 발과 팔을 붙잡는 등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결혼 초부터 술에 취해 식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며 싸움을 말리는 딸들을 위협하는 등 가족에게 폭력을 일삼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때문에 정씨와 딸들이 함께 가출한 적도 있고 조씨의 도박 때문에 집을 날리기도 했다.

첫째딸은 경찰에서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면서 “이제야 어머니가 끔찍한 지옥에서 해방됐다”며 울먹였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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