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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1일 2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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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경찰서는 21일 술주정을 하며 행패를 부리던 남편을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정모씨(53·여)에 대해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을 도운 정씨의 딸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범행을 말리지 않고 지켜보던 딸 1명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1일 오전 2시반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신의 집에서 남편 조모씨(56·운동기구 배달원)가 만취해 “집에 불을 지르겠다”며 4시간여 동안 난동을 부리자 이불로 남편의 얼굴과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딸은 발버둥치는 아버지의 발과 팔을 붙잡는 등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결혼 초부터 술에 취해 식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며 싸움을 말리는 딸들을 위협하는 등 가족에게 폭력을 일삼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때문에 정씨와 딸들이 함께 가출한 적도 있고 조씨의 도박 때문에 집을 날리기도 했다.
첫째딸은 경찰에서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면서 “이제야 어머니가 끔찍한 지옥에서 해방됐다”며 울먹였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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