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시위현장…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 입력 2003년 5월 19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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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무법천지의 현장이었던 국립 5·18묘지에서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시위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입장이 18분간 지연된 것 외에도 곳곳에서 상상하기 힘든 상황들이 벌어졌다.

이날 노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은 5·18묘지 정문이 한총련 학생들의 점거 시위로 진입이 불가능하자 후문에 노 대통령 일행을 내려준 뒤 행사가 진행된 20여분간 5·18묘지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정문이 봉쇄되자 노 대통령 내외를 태운 전용차와 경호차량은 행사장 가운데를 통과해 후문에 도착했으나 후문 앞에 계단이 설치돼 노 대통령 내외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갔다.

그 사이 노 대통령 내외는 경호차량으로 추정되는 7인승 밴 승합차에 승차한 뒤 다음 행사장인 전남대로 향했다.

이를 지켜본 김모씨(37)는 "대통령이 전용차량이 아닌 밴 승합차를 타는 것을 보고 무슨 큰 일이 일어난 줄 알았다"며 "황급히 차에 오르는 대통령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문에 대기하고 있던 의전차량이 한때 시위 학생들에게 포위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시위 학생들은 낮 12시15분경 후문에 주차된 의전차량을 에워싼 뒤 차를 흔들고 책자 등으로 내리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예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자 대통령 경호팀 관계자가 "대통령 의전 차량이니 제발 과격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는 것.

5·18 기념식이 끝나고 정치인 등 행사 참석자들이 빠져나가자 5·18 추모탑 앞에 놓여진 노 대통령의 조화가 학생들에 의해 훼손되는 불미스런 일도 발생했다.

학생들은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씌여진 조화를 쓰러뜨린 뒤 발로 짓밟고 지나가 푯말이 떨어지는 등 망가졌다. 훼손된 조화는 이날 오후 3시반경 묘지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밤 SBS 뉴스를 통해 학생들의 조화 훼손 장면이 방송되자 급히 27명으로 구성된 검거 전담반을 꾸렸다.

경찰의 경비 지휘체계가 혼선을 빚으면서 학생들에게 정문을 내준 것도 새롭게 알려진 사실.

전남경찰청은 대통령이 참석한 5·18기념식장과 외곽 경비는 전남청 경비과장의 지휘로 광주 서부경찰서와 전남 여수. 순천. 목포경찰서에 맡겼다. 그동안 5·18묘지 경비를 담당해온 북부경찰서는 노 대통령의 강연이 예정된 전남대에 병력을 배치해 일이 꼬였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묘지 주변에 배치된 경찰서 경비병력이 그 곳 지형지물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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