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大 2만명집결 출입봉쇄…경찰 3000여명 주변 긴급배치

  • 입력 2003년 5월 13일 0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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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부산지부가 파업 강행을 결의한 직후 정부가 즉각 ‘공권력 행사’를 발표하자 부산대에 모여 있는 조합원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12일 정오부터 부산대에 모여든 조합원들은 이날 밤 2200여명으로 불어났으며 정문에서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등 경찰의 강제해산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날 밤 학교 주변에 있는 신문지나 비닐 등을 주워 학생회관 바닥에 깔고 잠을 청하는 등 파업 강행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부산지역 7개 지회별로 20여명씩 조를 짜고 일일이 인원을 점검하도록 하는 등 철야농성에서 이탈자가 생기지 않도록 독려했다. 학생회관 앞에 모여 있던 조합원들은 오후 11시부터 농성장인 학생회관 내 강당과 로비로 이동해 밤샘 농성을 준비했다. 특히 지도부는 귀가하려는 조합원들에게 “우리의 강경한 투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빠짐없이 철야농성에 참여해 달라”고 적극 호소하기도 했다.

지도부는 13일 새벽에 있을지도 모를 공권력 투입에 대응해 학교 주변에 경찰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연락책들을 배치했으며 학생회관으로 통하는 캠퍼스 내 2개 도로에 조합원들을 배치해 외부출입자를 철저히 차단.

○…고건 총리가 공권력 행사를 담화로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자 화물연대 부산지부 지도부는 학생회관 2층에 긴급히 대책본부를 차린 뒤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대응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진통을 겪었다. 지도부는 일단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을 학생회관 내에 집결시켜 경찰의 진입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조합원들이 사실상 개인사업자들이어서 결정적 순간에 단결력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일반 조합원들은 정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서인지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기도. 한 조합원(40대)은 “파업 찬성에 표를 던지기는 했으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빨리 협상이 타결돼 그동안 벌지 못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중 강경파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자 파업 유보를 원하던 지도부 일부는 성향이 온건한 조합원들에게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해 부산대 학생회관에서 열리는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을 종용. 지도부는 투표 방법과 문항을 놓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하는 진통을 겪었으며 투표 진행과 개표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봐 자신들의 결정이 국가와 경제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최기문 경찰청장은 조기 경찰력 투입을 통한 강제해산 가능성에 대해 “부산대에 집결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강제 해산시킬 계획은 없다”며 “이보다는 항만이나 도로, 터미널 등의 물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부두 등지에 30개 중대 30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의 수뇌부는 이날 밤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긴급회의를 계속하며 향후 경찰력 배치와 운영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부산경찰청은 경남과 서울에서 각각 10개 중대를 지원받아 부산대 주변에 12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 조합원들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집결 장소인 학생회관 주변 길목에 쇠파이프와 각목을 든 사수대 100여명을 배치, 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인의 진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한편 부산시는 13일 오전 안상영 시장 주재로 긴급기관장회의를 열고 파업 관련 대책을 마련할 예정. 이 회의는 안 시장 주재로 부산지검 검사장과 부산지방경찰청장, 부산지방노동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신선대부두와 자성대부두 관계자, 부산시 일반화물 개별화물협회 이사장 등 관계기관장 16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긴급 화물 수송대책과 시민교통 불편 예방 대책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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